세정제, 배수구로 흘러간 이후 과정

설거지를 마치고 물을 틀면 거품이 배수구로 빨려 들어갑니다. 욕실 청소를 끝내고 샤워기로 헹구면 세정제 거품이 소용돌이치며 사라지죠. 눈앞에서 사라지면 끝일까요? 알고 보니 세제는 '사라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서 어떤 세제는 자연의 일부가 되고, 어떤 세제는 문제가 되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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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16, 2026
세정제, 배수구로 흘러간 이후 과정
설거지를 마치고 물을 틀면 거품이 배수구로 빨려 들어갑니다. 욕실 청소를 끝내고 샤워기로 헹구면 세정제 거품이 소용돌이치며 사라지죠. 눈앞에서 사라지면 끝일까요?
저 역시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배수구 아래는 어딘가 막연한 '저 너머'였고,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굳이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죠. 지금 흘려보낸 이 물은 어디로 가고, 세제 성분은 어떻게 될까? 혹시 그대로 강으로 가는 건 아닐까?
알고 보니 세제는 '사라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서 어떤 세제는 자연의 일부가 되고, 어떤 세제는 문제가 되어 남았습니다.
오늘은 매일 만나지만, 생각해 보기 어려운 배수구 너머의 여정을 따라가 봅니다. 세제가 어디로 가고, 어떤 과정을 거치며, 왜 어떤 성분은 문제가 되고 어떤 성분은 괜찮은지. 알고 나면 세제를 고르는 기준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배수구에서 하수처리장까지 (세제의 여정)

 
싱크대 배수구로 빨려 들어간 물은 곧바로 강으로 가지 않습니다. 먼저 집 아래 하수관을 타고 흐르기 시작합니다. 아파트에 산다면 건물 전체의 하수관으로 모이고, 단독주택이라면 마당 아래 묻힌 관을 통해 바깥으로 나갑니다.
 
이 하수관은 동네의 더 큰 하수관으로 연결되고, 그 하수관은 다시 도시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하수 시스템으로 이어집니다. 마치 우리 몸의 혈관처럼, 도시 아래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관의 네트워크가 깔려 있죠. 그리고 이 모든 관의 최종 목적지는 하수처리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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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에서는 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우리가 흘려보낸 물 대부분이 하수처리장까지 도달하고, 거기서 정화 과정을 거친 뒤에야 강이나 바다로 방류됩니다. 서울의 경우 중랑물재생센터, 난지물재생센터 같은 대규모 시설에서 하루에 수백만 톤의 하수를 처리합니다.
 
그런데 모든 지역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소도시나 농촌 지역에서는 하수관이 하수처리장까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런 곳에서는 각 가정에 설치된 정화조가 하수처리장 역할을 대신합니다. 정화조는 집 마당이나 건물 아래에 묻혀 있는 큰 탱크인데, 여기서 기본적인 처리를 거친 물이 근처 하천이나 땅으로 스며들죠.
 
정화조도 나름의 정화 기능이 있지만, 하수처리장만큼 정교하지는 않습니다. 고형물을 가라앉히고 일부 미생물 분해가 일어나지만, 세제 성분 같은 화학물질을 완벽하게 처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정화조를 사용하는 지역에서는 어떤 세제를 쓰는지가 더 중요해집니다.
 
더 외진 지역에서는 정화조조차 없이 물이 거의 그대로 자연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계곡 근처 펜션이나 오래된 시골집에서는 아직도 이런 경우가 많죠.
 
결국 우리가 버린 물은 경로가 다를 뿐, 언젠가는 같은 곳으로 향합니다.
하천으로, 강으로, 바다로.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말씀드릴게요. 지구의 물은 순환합니다. 새로 생기거나 사라지지 않아요. 바다의 물이 증발해서 구름이 되고, 구름이 비가 되어 내리고, 그 비가 강을 이루고 다시 바다로 흘러갑니다.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도 이 순환의 일부. 강에서 취수해서 정수 과정을 거쳐 가정으로 공급되죠.
 
이 말은 곧, 우리가 오늘 설거지하면서 흘려보낸 물이 몇 년 뒤 수돗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여러 단계의 정화 과정을 거치겠지만, 근본적으로 같은 물입니다.
 
그래서 배수구로 흘려보내는 것들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버리는' 게 아니라, 순환 속으로 '보내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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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 일하는 정화 공장

 
하수처리장은 어떤 곳일까요? 거대한 정화 공장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가 흘려보낸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곳이에요. 냄새가 나고 지저분할 것 같지만, 실제로 가보면 생각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시설입니다.
 
처리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1. 물리적 처리
  1. 생물학적 처리
  1. 화학적 처리
 

1. 물리적 처리

 
하수에 섞인 큰 오염물을 걸러내는 단계입니다. 휴지 조각, 음식물 찌꺼기, 머리카락, 면봉, 심지어 장난감까지. 사람들이 변기나 싱크대로 흘려보내는 온갖 것들이 여기서 걸러집니다.
 
큰 스크린으로 거르고, 모래나 무거운 입자는 가라앉히고, 기름처럼 떠오르는 것들은 표면에서 걷어냅니다. 이 단계에서 하수의 부피가 상당히 줄어들죠. 하지만 물에 녹아 있는 성분들, 예를 들어 세제 성분은 이 단계에서 거의 처리되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2. 생물학적 처리

 
이 단계가 핵심입니다. 생물학적 처리 과정인데요. 주인공은 미생물입니다. 하수처리장에는 엄청난 수의 미생물이 삽니다. 거대한 수조에 공기를 불어넣어서 미생물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이 미생물들이 물속의 유기물을 먹어치웁니다.
 
음식물에서 나온 기름기, 우리 몸에서 나온 노폐물, 비누 성분, 그리고 세제 성분까지. 미생물에게는 이런 것들이 먹이예요. 숲에서 낙엽을 분해하는 미생물과 같은 원리입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분해 작용을 인공적으로 가속화시킨 거죠.
 
미생물이 유기물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물과 이산화탄소로 바뀝니다. 복잡한 화학물질이 단순한 물질로 분해되는 거예요. 이 과정을 '생분해'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생물, 즉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것이죠.
 
생분해가 일어나면 원래의 물질은 사라집니다. 독성이 있던 물질도 물과 이산화탄소가 되면 무해해지는데, 결과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도 문제가 없는 상태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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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화학적 처리

 
마지막으로 미생물이 처리하지 못한 미세한 오염물질을 화학약품으로 제거하고, 물을 소독해서 방류하는 단계입니다. 인이나 질소 같은 영양물질도 여기서 추가로 제거합니다. 이런 영양물질이 너무 많이 강으로 흘러가면 녹조 현상 같은 문제가 생기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두 번째 ‘생물학적 처리’에서 미생물이 분해할 수 없는 성분은 어떻게 될까요? 미생물이 먹이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분해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성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성분들은 세 번째 단계에서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그대로 강으로 흘러갑니다. 하수처리장을 통과했지만 사라지지 않은 채로.
 
처리장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거지만, 그 성분은 여전히 물속에 남아 있습니다.
 
미생물이 분해할 수 있느냐 없느냐. 이게 세제 성분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28일 vs 영원히

 
모든 세제에는 '계면활성제'라는 성분이 들어갑니다. 이름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하는 일은 간단해요. 기름때를 물에 씻겨 나가게 하는 역할입니다.
 
원래 기름과 물은 섞이지 않죠. 물 위에 기름을 부으면 동동 떠서 따로 놉니다. 그래서 기름때가 묻은 그릇을 물로만 헹구면 깨끗해지지 않습니다. 기름때가 물을 밀어내기 때문.
 
계면활성제는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계면활성제 특이한 분자 구조 덕분인데요. 한쪽 끝은 기름과 친하고, 다른 쪽 끝은 물과 친합니다. 그래서 기름때 분자를 둘러싸서, 물과 친한 부분이 바깥으로 향하게 만들죠. 그러면 기름때가 물에 씻겨 나갈 수 있게 됩니다.
 
세탁세제, 주방세제, 욕실세정제 할 것 없이 모든 세제가 이 원리로 작동합니다. 계면활성제 없이는 세제가 세제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 계면활성제가 배수구로 흘러간 뒤에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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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성’ 계면활성제란?

 
계면활성제는 크게 합성 계면활성제자연 유래 계면활성제로 나뉩니다.
 
합성 계면활성제는 석유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듭니다. 석유는 수백만 년 전 생물의 잔해가 변형된 것인데요. 자연에서 온 건 맞지만, 너무 오래전 일이고 너무 많이 변형됐습니다. 현재 자연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은 이런 성분을 잘 분해하지 못합니다.
 
하수처리장의 미생물이 합성 계면활성제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먹이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분해하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하수처리장에서 물이 머무는 시간은 보통 몇 시간에서 하루 정도. 그 안에 분해되지 않으면 그대로 방류됩니다.
 
그래서 합성 계면활성제는 하수처리장을 통과한 뒤에도 상당량이 강으로 흘러갑니다.
 

‘자연 유래’ 계면활성제란?

 
반면 자연 유래 계면활성제는 다릅니다. 코코넛이나 옥수수 같은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계면활성제입니다. 이런 성분은 미생물이 먹이로 인식합니다. 자연에서 온 것이니까요.
 
식물 세포를 분해하는 미생물, 낙엽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이미 자연에 많이 있습니다. 자연 유래 계면활성제는 이런 미생물들의 먹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빠르게, 보통 28일 정도면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히 분해됩니다.
 
28일이면 사라지는 것과 수십 년이 지나도 남아 있는 것. 이 차이가 작아 보일 수 있습니다. 세제 한 방울이 뭐 그리 대단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런데 세제는 매일 수백만, 수천만 가정에서 사용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추산하자면, 한국에만 약 2천만 가구가 있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매일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합니다. 분해되지 않는 성분은 매일매일 조금씩 쌓입니다. 일 년이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이 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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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면활성제가 물에 쌓이면 벌어지는 일

 
분해되지 않은 계면활성제가 강에 쌓이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물고기의 아가미에 문제가 생깁니다. 계면활성제가 아가미 표면의 점막에 달라붙습니다. 그러면 산소 흡수가 방해됩니다. 물속에서 숨을 쉬기 어려워지는 거죠. 농도가 높아지면 물고기가 폐사하는 일도 벌어집니다.
 
수생식물도 영향을 받습니다. 계면활성제가 물 표면에 얇은 막을 형성하면 햇빛이 물속까지 제대로 도달하지 못합니다. 물속 식물은 광합성이 어려워지고, 점점 약해집니다. 식물이 줄어들면 물속 산소도 줄어들죠.
 
더 심각한 건 먹이사슬을 통한 농축입니다. 작은 플랑크톤이 계면활성제를 흡수하고, 그 플랑크톤을 작은 물고기가 먹고, 작은 물고기를 큰 물고기가 먹습니다. 먹이사슬을 따라 올라갈수록 농도가 높집니다. 우리가 먹는 생선에서 검출되기도 합니다.
 
숲에서 떨어진 낙엽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흙이 됩니다. 그 흙은 나무의 양분이 되고, 나무는 다시 잎을 만들죠. 완벽한 순환입니다. 아무것도 버려지지 않고, 모든 것이 다시 쓰입니다.
 
그런데 만약 플라스틱 낙엽이 떨어진다면? 천 년이 지나도 그대로입니다. 분해되지 않으니까요. 순환에 들어가지 못하고, 쓰레기로 쌓이기만 합니다.
 
세제 성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의 순환에 들어갈 수 있는 성분인지, 아니면 순환을 방해하고 쌓이기만 하는 성분인지. 이게 중요한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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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따라가도 괜찮은 성분

 
그래서 우리는 세정제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이 질문을 던집니다.
 
"이 성분이 강에 가도 괜찮을까?"
 
얼룩을 지우는 성능만 보면 합성 계면활성제가 더 강력할 수도 있습니다. 값도 더 쌀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그 성분이 배수구로 흘러간 뒤에 어떻게 되는지까지 생각합니다.
 
하수처리장을 통과한 뒤에도 남아 있다면, 결국 강으로 가고 바다로 가고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싱크대에서 내 손을 떠난 순간 끝이 아니에요. 그 성분은 계속 여행을 합니다.
 
그래서 스코그링은 자연 유래 계면활성제를 고집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 후 28일 안에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성분입니다. 하수처리장에서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물과 이산화탄소로 바뀝니다. 강에 도달하기 전에 사라지는 거죠.
 
숲의 낙엽이 흙이 되듯, 스코그링의 성분도 자연의 일부가 됩니다. 순환 굴레로 들어가는 거죠.
 
"과정까지 깨끗한 청소"라는 말을 저희가 자주 쓰는데요. 이게 바로 그런 뜻입니다. 눈앞의 얼룩만 지우는 게 아니라 배수구 너머까지 책임지는 것. 싱크대는 깨끗해졌는데 강이 더러워진다면, 그건 진짜 깨끗함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정력도 물론 중요합니다. 깨끗하게 닦이지 않으면 세제로서 의미가 없으니까요. 저희는 자연 유래 성분으로도 충분한 세정력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자연에서 온 성분이라고 약하지 않습니다. 숲이 스스로를 정화하는 힘과 같습니다. 자연의 정화 시스템은 오히려 강력하고 효율적입니다.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고, 아직 찾지 못한 더 나은 방법도 있을 겁니다. 다만 성분 하나를 선택할 때도 '순환'을 기준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 그게 스코그링이 세제를 만드는 기본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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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구로 흘러간 뒤에도 안심할 수 있다면

 
오늘 이야기, 짧게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1.
세제는 배수구로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이동하는 겁니다. 하수관을 타고 하수처리장으로 가고, 거기서 처리된 뒤 강으로, 바다로, 그리고 다시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지구의 물은 그렇게 순환됩니다.
 
2.
하수처리장에서는 미생물이 오염물질을 분해합니다. 유기물을 먹어서 물과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거죠. 이걸 생분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미생물이 분해할 수 없는 성분은 그대로 자연으로 흘러갑니다.
 
3.
그래서 세제 성분이 생분해되는지, 그러니까 미생물이 분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자연 유래 계면활성제는 미생물이 비교적 빠르게 분해합니다. 28일이면 자연의 일부가 되죠. 합성 계면활성제는 분해가 어렵거나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강에 쌓이고, 수생 생태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차이가 매일 쌓이면 강과 바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우리에게 돌아오죠.
 
이제 어떤 세제든 세제를 고를 때 꼭 성분표를 한번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어떤 계면활성제를 사용했는지, 생분해가 가능한 성분인지. 조금 번거롭더라도 알고 선택하면 다릅니다. 모든 걸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세제 하나만 바꿔도 그 선택이 쌓여 건강한 우리를 만듭니다.
 
오늘 설거지한 물이 언젠가 다시 수돗물로 돌아옵니다. 그 순환이 걱정되지 않는 것. 흘려보낸 뒤에도 안심할 수 있는 것. 그게 진정한 깨끗함이라고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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