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 여행금지, 효과 어땠을까? (8년 후 지금)
2018년 4월 26일, 세계적인 휴양지 보라카이가 관광객 출입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손꼽히던 곳이, 어느 순간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겁니다. 6개월 동안 섬은 텅 비었습니다. 호텔은 문을 닫았고, 해변에는 사람 대신 적막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자연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Feb 02, 2026
2018년 4월 26일, 세계적인 휴양지 보라카이가 관광객 출입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필리핀 대통령 두테르테는 이 섬을 "정화조(cesspool)"라고 불렀습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손꼽히던 곳이, 어느 순간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겁니다. 6개월 동안 섬은 텅 비었습니다. 호텔은 문을 닫았고, 해변에는 사람 대신 적막만 남았습니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자연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언가를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 보라카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순환이 멈춘 섬
보라카이는 작은 섬입니다. 면적이 10.3km²에 불과합니다. 서울 여의도의 3.5배 정도 되는 크기예요. 그런데 2017년, 이 작은 섬에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들었습니다.
숫자로만 보면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게요.
매일 90톤의 쓰레기가 발생했습니다. 그중 절반만 수거되었습니다. 섬에 있는 578개 사업장 중 하수관에 연결된 곳은 383개뿐이었습니다. 4,331가구 중 제대로 된 하수 시스템을 갖춘 집은 217가구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어디로 갔을까요? 땅으로, 그리고 바다로 스며들었습니다.
필리핀 환경관리국이 측정한 해수의 분변대장균 농도는 74,000 MPN/100ml에 달했습니다. 안전 기준치가 400입니다. 185배를 초과한 수치였습니다. 1988년부터 2011년 사이, 보라카이 산호초의 70.5%가 사라졌습니다.
숲에서는 낙엽이 떨어지면 미생물이 분해하고, 그것이 다시 거름이 되어 새로운 생명을 키웁니다. 자연의 순환은 그렇게 작동합니다. 하지만 분해 속도를 넘어서는 것들이 계속 쌓이면 어떻게 될까요? 순환이 멈춥니다. 보라카이는 바로 그 상태였습니다. 들어오는 것은 많고, 나가는 것은 적고, 정화되는 것은 거의 없는 섬. 순환의 한계를 넘어선 공간이었습니다.

멈춤이라는 선택
2018년 4월, 필리핀 정부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보라카이를 6개월간 완전히 폐쇄하기로 한 것입니다. 관광객은 물론이고, 섬에 등록된 주민과 근로자 외에는 누구도 들어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보라카이는 필리핀 관광 수입의 20%를 차지하는 곳이었습니다. 약 36,000명이 이 섬의 관광 산업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폐쇄가 발표되자 70만 건의 해외 관광객 예약이 취소되었습니다. 경제적 손실은 300억 페소, 우리 돈으로 7,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자연을 위해 멈춘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생계의 멈춤을 의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42억 페소(약 1,050억 원)를 투입해 재활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해변에서 30미터 이내에 지어진 불법 건축물 900개가 철거되었습니다. 환경법을 위반한 호텔과 식당 400여 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하수처리시설이 확충되어, 현재는 80% 이상의 폐수가 처리된 후 배출됩니다. 21.6km에 달하는 섬 순환도로가 개선되었고, 하루 최대 관광객 수용 인원이 19,000명으로 제한되었습니다.
6개월 동안, 섬은 조용히 치유되고 있었습니다.

자연이 보여준 것
2018년 10월 26일, 보라카이는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물입니다. 한때 74,000 MPN/100ml에 달했던 분변대장균 농도가 기준치 40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2024년 필리핀 환경관리국(EMB)은 보라카이의 모든 사업장이 수질 기준을 100% 준수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해수의 pH는 중성을 유지하고 있고, 용존산소와 염도 모두 정상 범위입니다. 산호 이식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며, 사라졌던 해양 생물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관광객 수도 회복되었습니다. 2022년 175만 명, 2023년 212만 명, 2024년 208만 명, 2025년에는 215만 명이 보라카이를 찾았습니다. 숫자만 보면 폐쇄 전 수준을 회복한 셈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닙니다. '어떻게' 회복했는가입니다.
이제 보라카이에서는 해변에서 흡연과 음주가 금지됩니다. 모든 숙박시설과 식당은 환경 인증을 받아야 운영할 수 있습니다. 하수처리 시설 연결이 의무화되었습니다. 관광객 수용 한도가 설정되어, 섬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사람들이 들어옵니다.
예전에는 들어오는 것만 많았습니다. 이제는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것, 그리고 정화되는 것 사이에 균형이 생겼습니다. 순환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두 섬의 이야기
보라카이가 문을 닫은 같은 해, 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영화 <비치>의 촬영지로 유명한 마야 베이가 폐쇄된 것입니다.
마야 베이는 보라카이보다 훨씬 작은 곳입니다. 호텔도 없고, 주민도 없습니다. 하지만 하루에 5,000명의 관광객과 200척의 보트가 몰려들었습니다. 그 결과, 산호초의 95%가 파괴되었습니다. 태국의 해양생물학자 톤 탐롱나와사왓 박사는 처음에 4개월이면 회복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마야 베이는 4년 동안 폐쇄되었다가 2022년에야 다시 열렸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하루 2,000명으로 방문객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보트는 만 안으로 들어올 수 없고, 새로 만든 부잔교에서 내려야 합니다.
폐쇄 후 몇 달 만에 흑기흉상어가 돌아왔습니다. 5,615개의 산호 군락이 복원되었습니다. 30,000개 이상의 산호 조각이 이식되었습니다.
보라카이는 6개월 만에 다시 열었고, 마야 베이는 4년이 걸렸습니다. 두 섬의 상황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보라카이에는 주민이 살고 있었고, 경제적 영향이 훨씬 컸습니다. 마야 베이는 작은 만이었지만, 산호초 손상이 더 심각했습니다.
하지만 두 섬 모두 같은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자연에게 시간을 주면 무엇이 가능한가?"

강인한 순환의 힘
우리는 종종 자연을 연약한 존재로 생각합니다. 지켜야 하고, 보호해야 하고, 손대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요. 환경 캠페인에서 자주 보는 이미지들이 그렇습니다. 북극곰이 녹아가는 빙하 위에 서 있고, 거북이가 플라스틱에 갇혀 있고, 숲이 불타고 있습니다. 자연은 우리가 구해야 할 대상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보라카이와 마야 베이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자연은 연약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정화하고, 회복하고, 순환하는 시스템입니다. 숲에서 쓰러진 나무는 양육목(nurse log)이 되어 새 생명의 터전이 됩니다. 낙엽은 썩어 거름이 되고, 물은 땅을 통과하며 정화됩니다. 산호는 적절한 환경이 주어지면 다시 자라납니다. 상어는 안전해지면 돌아옵니다.
자연에게 필요한 건 우리의 보호가 아니라, 순환할 시간입니다.
보라카이의 6개월은 섬이 스스로를 치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문제는 자연의 취약함이 아니었습니다. 순환의 속도를 넘어선 인간의 욕구가 문제였습니다. 자연이 분해하고 정화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것을 쏟아부었을 때, 시스템이 멈췄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멈추자, 자연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멈춤이 가르쳐준 것
보라카이 폐쇄는 단순한 환경 정책이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실험이었습니다.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걸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답의 일부를 알게 되었습니다.
돌이킬 수 있습니다. 다만, 멈춤이 필요합니다.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하게 복원된 것은 아닙니다. 한번 사라진 산호초가 완전히 돌아오려면 수십 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새로운 위협도 생겼습니다. 보라카이의 회복은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라카이가 증명한 것이 있습니다.
멈춤은 포기가 아니라 회복의 시작이라는 것. 자연에게 시간을 돌려주면, 자연은 스스로 답을 찾는다는 것. 순환이 막히면 멈추고, 멈추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는 것.
필리핀 정부는 보라카이의 경험을 바탕으로 엘니도, 팡라오, 시아르가오 등 다른 관광지에도 유사한 재활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태국의 마야 베이 모델은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지속가능한 관광의 사례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멈춤이 만든 변화가, 조용히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일상에서, 순환의 속도를 넘어선 것들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매일 쌓여가는 쓰레기통,
배수구로 그냥 흘러가는 것들,
그리고 영영 분해되지 않을 것들.
이런 습관들에게 잠시 멈춤의 시간을 줄 수 있을까요?
자연은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멈추는 순간, 다시 흐르기 시작할 준비를 하면서.
From Forest, For Future
The Cycle of Nature, Our Conn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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