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새들, 영국이 선택한 대답
멸종위기 조류는 왜 빠르게 사라지고 있을까? 사라지는 새들이 전하는 생태계 변화의 신호. 영국의 조류 보호 정책을 통해 기후변화, 서식지 감소, 생물 다양성 감소의 원인을 살펴봅니다.
Apr 23, 2026
수십 년에 걸쳐 숫자로만 기록되어 온 것들이 있습니다. 2003년 7만 8천. 2013년 5만 5천. 2023년 5만 750. 영국에서 번식하는 멧도요(woodcock) 수컷의 추정 개체 수입니다. 20년 사이에 셋 중 하나가 사라진 것입니다.
2026년 3월, 영국·스코틀랜드·웨일스 3개 정부는 공동으로 야생 조류 보호를 강화하는 협의안을 발표했습니다. 보호 대상은 여섯 종입니다. 멧도요(woodcock), 흰뺨오리(goldeneye), 홍머리오리(pochard), 핀테일오리(pintail), 도요새(common snipe), 그리고 유러피안 화이트프런티드 기러기(European white-fronted goose). 이들은 모두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목록에 등재되어 있거나, 영국 조류보전우려종(Birds of Conservation Concern) 레드리스트에 포함된 종들입니다.
왜 지금일까요. 그리고 왜 이 새들일까요. 그 답을 이해하려면, 먼저 지금 영국의 하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류는 생태계의 언어입니다
야생 조류의 개체 수는 오래전부터 생태계 건강의 지표로 활용됐습니다. 조류는 먹이사슬의 여러 층위를 동시에 차지하며, 농지·숲·습지·해안·도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식지에 걸쳐 분포합니다. 특정 종의 증가나 감소는 그 서식지 전체의 변화를 압축해서 보여 주는 신호로 읽힙니다. 조류 개체 수를 지속해서 추적하는 이유는 그 자체를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넓게는 생태계 전반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영국 정부가 영국조류신탁(BTO), 왕립조류보호협회(RSPB), 공동자연보전위원회(JNCC)와 공동으로 집계하는 야생조류 지표에 따르면, 영국 내 130종 번식 조류의 전체 개체 수는 1970년 대비 2024년 기준으로 18% 감소했습니다. 절반 세기 동안 다섯 마리 중 한 마리가 사라진 셈입니다.
서식지별로 보면 편차는 더 큽니다. 농경지 조류는 같은 기간 62% 감소했고, 삼림성 조류는 32% 줄었습니다. 2021년에는 영국 하늘에서 지난 50년간 약 3,800만 마리의 번식 조류가 사라진 것으로 RSPB는 추산했습니다. 이번 보호 협의의 대상 종들은 그중에서도 감소 속도가 특히 두드러진 경우들입니다. 영국 환경부(DEFRA)는 멧도요와 홍머리오리를 각각 '습윤 산림 서식지'와 '수초가 풍부한 담수 서식지'의 건강 척도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두 종이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그 서식지가 제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고, 반대로 두 종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그 환경 전체가 어떤 방식으로든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것이 바로 새를 세는 일이 단순한 기록에 그치지 않는 이유입니다. 조류는 환경이 내보내는 언어입니다. 그 언어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숫자는 조용히 전하고 있습니다.
이름을 부를 수 있게 된 위기

이번 협의는 1981년 제정된 영국 '야생동물 및 농촌법(Wildlife and Countryside Act)'의 부칙 개정을 핵심으로 합니다. 해당 부칙은 금렵 기간 외에 포획이 허용되는 조류 종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은 이 목록에서 위기종들을 삭제하거나, 금렵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보호를 강화합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홍머리오리(pochard) : 영국 전역에서 사냥 전면 금지
- 유러피안 화이트프런티드 기러기 : 잉글랜드·웨일스에서 사냥 금지 (스코틀랜드는 기조치)
- 흰뺨오리(goldeneye) : 잉글랜드·웨일스에서 사냥 금지
- 멧도요(woodcock) : 영국 전역에서 금렵 기간 연장
- 핀테일오리(pintail) : 잉글랜드에서 사냥 금지, 스코틀랜드·웨일스 금렵 기간 연장
- 도요새(common snipe) : 잉글랜드·스코틀랜드 금렵 기간 연장, 웨일스 전면 금지
이번 협의에서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 세 정부가 함께 진행했다는 것입니다. 야생동물 관리는 영국 내에서 각 지역 정부가 독립적으로 관할하는 이양 사안입니다. 분리된 절차를 통합해 하나의 협의로 진행한 것은, 야생 조류의 이동 경로가 행정 경계를 따르지 않는다는 생물학적 현실을 반영한 결정입니다.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는 철새의 경로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경계를 의식하지 않습니다. 이번 협의의 구조는 그 사실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에서 주목할 또 다른 지점은 번식기 보호입니다. 기존 제도 아래에서 일부 종은 번식 시즌 중에도 합법적으로 사냥 될 수 있었습니다. 어미 새가 포획될 경우, 아직 독립하지 못한 새끼들이 그대로 방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개정은 번식기 사냥을 제한함으로써, 한 개체의 죽음이 그 세대 전체의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감소의 원인 : 하나가 아닌 누적
개체 수 감소는 단일한 원인으로 설명되는 사건이 아닙니다. 수십 년에 걸쳐 쌓인 복합적 변화의 결과입니다.
2023년 RSPB와 유럽 20개국 파트너 기관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는, 유럽 전역에서 1980년부터 2016년 사이 농경지 조류 개체 수가 절반 이상 줄어든 핵심 원인으로 농약·비료 사용 증가를 지목했습니다. 집약 농업이 초래한 곤충 개체 수 감소, 겨울 그루터기 소실, 습지 면적 축소가 직접적인 먹이 기반과 번식 서식지를 줄여 왔다는 분석입니다. 영국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국토의 약 70%가 농경지인 영국에서 농업 방식의 변화는 서식지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기후 변화 역시 점차 뚜렷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BTO의 분석에 따르면, 유럽 대륙의 겨울이 온화해지면서 핀테일, 흰뺨오리, 홍머리오리 같은 월동 수조류의 이동 범위가 영국 밖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확인됩니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이 종들의 중요한 월동지 역할을 해 왔습니다. 기후 조건이 변하면서 더 북쪽이나 동쪽에서 겨울을 나는 개체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멧도요의 경우 서식지 구조 변화가 핵심 요인으로 주목됩니다. BTO와 야생동물보전신탁(GWCT)의 2023년 번식 실태 조사에 따르면, 소규모로 분절된 삼림에서의 감소가 대규모 연속 삼림 지역보다 훨씬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산림 내 관목층을 줄이는 과도한 사슴 개체 수, 배수 시설로 인한 토양 건조화, 먹이가 되는 지렁이류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수치는 이 상황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 줍니다. JNCC의 습지 조류 조사(WeBS) 공식 통계에 따르면, 홍머리오리는 25년 사이 74% 감소했습니다. 흰뺨오리는 같은 기간 54%, 유러피안 화이트프런티드 기러기는 71% 줄었습니다. 멧도요 번식 개체 수는 2003년 약 7만 8천 마리에서 2023년 5만 750마리로, 20년간 3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일부 종의 국내 번식 개체 수는 수백 마리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입니다.
보호 조치는 실제로 작동합니까
보호 구역의 효과에 관한 데이터는 이미 존재합니다. JNCC의 분석에 따르면, 홍머리오리의 경우 특별보호구역(SPA)으로 지정된 지역 내에서의 감소가 비보호 구역보다 현저히 완만하게 나타났습니다. 서식지 관리가 이루어진 구역에서는 개체 수 감소 속도가 눈에 띄게 달랐습니다. 이는 보호 지정이 단순한 행정 구분이 아니라, 실질적인 서식지 조건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입니다.
다만 사냥 제한만으로 개체 수가 회복되는 것은 아닙니다. 영국의 환경과학자들은 번식기 사냥 금지가 번식 성공률 보호에 직접 기여하지만, 장기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서식지 복원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습지 조성, 삼림 구조 개선, 농경지의 생태적 다양성 회복이 그 핵심입니다. 보호 조치는 감소를 멈추는 출발점이지, 회복 그 자체는 아닙니다.

이번 협의는 2025년 12월 발표된 '환경개선계획(Environmental Improvement Plan)'의 후속 조치이기도 합니다. 영국 정부는 2030년까지 종 감소를 멈추겠다는 법적 구속력 있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류 보호 강화는 그 목표를 향한 구체적 이행 단계 중 하나입니다. 협의 결과가 법제화되기까지는 추가 절차가 남아 있지만, 과학적 자문을 바탕으로 세 정부가 일관된 방향성을 확인했다는 점 자체가 의미 있는 진전입니다. 입법이 선행되어야 현장의 집행이 가능하고, 집행이 이루어져야 데이터가 쌓이며, 그 데이터가 다시 다음 보호 조치의 근거가 됩니다.
새 한 마리가 줄었다는 것의 의미
야생 조류는 생태계에서 여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씨앗을 퍼뜨리고, 곤충과 소형 동물의 개체 수를 조절하며, 더 큰 포식자의 먹이가 됩니다. 어떤 종의 개체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이 연결망의 한 매듭이 느슨해진다는 뜻입니다. 그 느슨해진 매듭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매듭들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이유로 과학자들은 조류를 '생태계의 언어'라고 부릅니다. 조류의 다양성과 풍부도는 그들이 속한 환경 전체의 상태를 반영합니다. 농경지 조류가 줄어든다는 것은 농지의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다는 뜻이고, 습지 수조류가 줄어든다는 것은 담수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특정 종만의 소식이 아니라, 환경 전체의 상태가 조류를 통해 전달되는 것입니다.

영국이 이번에 내린 결정은 여섯 종의 이름을 목록에서 지우거나 보호 기간을 연장한 조치입니다. 그러나 그 결정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조금 더 넓습니다. 어떤 종이 줄어드는 것은 그 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 그리고 그 감소를 멈추려면 그 새가 살아가는 환경 전체를 함께 돌봐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보호는 특정 종의 이름을 법에 올리는 일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그 종이 뿌리내린 생태계 전체를 향합니다.
영국의 이번 결정은 고립된 사례가 아닙니다. 같은 시기 유럽연합도 생물 다양성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육지의 30%, 해양의 30%를 보호 구역으로 지정하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도 자국의 경계 안에서만 조류를 보호할 수 없습니다. 철새는 국경을 넘고, 기후는 대륙을 가로지릅니다. 개별 국가의 입법 조치가 국제적 협력과 맞닿을 때, 보호의 실효성이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멧도요는 황혼 무렵 숲 위를 낮게 날며 규칙적인 울음소리를 냅니다.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숲이 유지되는 것, 그것이 보호의 출발점이자 목표입니다.
스코그링은 자연이 스스로 순환하는 방식에서 배웁니다. 야생의 다양성이 유지될 때, 그 안에서 우리의 일상도 더 건강하게 이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From Forest, For Future
The Cycle of Nature, Our Conn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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