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는 왜 이슈의 중심이 됐을까?
그린란드. 북대서양과 북극해 사이, 지구에서 가장 큰 섬.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 이름은 먼 곳의 얼음 풍경 정도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지금, 이 거대한 얼음의 땅을 둘러싸고 강대국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원을 말하는 목소리, 안보를 말하는 목소리, 영토를 말하는 목소리.
Feb 23, 2026
뉴스를 틀면 낯익은 이름이 반복됩니다. 그린란드.
북대서양과 북극해 사이, 지구에서 가장 큰 섬.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 이름은 먼 곳의 얼음 풍경 정도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지금, 이 거대한 얼음의 땅을 둘러싸고 강대국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원을 말하는 목소리, 안보를 말하는 목소리, 영토를 말하는 목소리.
한 발짝 뒤에서, 숲이 세상을 바라보듯 천천히 이 이야기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모두가 무언가를 '가지려' 하는 이 땅에서, 정작 그 땅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일까요.
얼음이 품고 있는 것들
그린란드의 면적은 약 216만 제곱킬로미터. 한반도의 열 배에 가까운 이 섬은 80퍼센트가 거대한 빙상으로 덮여 있습니다. 그 얼음 안에는 지구 담수의 약 20퍼센트가 잠들어 있고, 만약 이 빙상이 전부 녹는다면 전 세계 해수면은 약 7미터 상승하게 됩니다. 서울의 한강변 아파트 2층 높이까지 물이 차오르는 규모입니다.
이 섬에는 약 5만 6천 명의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그중 88퍼센트가 이누이트, 수천 년 전부터 이 땅과 함께 살아온 원주민입니다. 도로는 섬 전체를 합쳐 약 150킬로미터에 불과하고, 도시와 도시 사이를 잇는 철도도 없습니다. 세계 지도에서 보이는 면적과 달리, 일상의 스케일은 작고 조용한 곳입니다.
그런데 이 얼음 아래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숨어 있습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지질조사소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 섬에는 EU가 핵심 광물로 지정한 34개 가운데 25개가 매장되어 있습니다. 희토류 추정 매장량만 약 3,610만 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풍력 터빈, 미사일 유도 장치까지 — 지금 세계가 가장 필요로 하는 원자재가 이 얼음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 셈입니다.
얼음으로 덮여 있기에 잊혀졌던 곳. 그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서, 세계의 시선이 그린란드로 쏠리고 있습니다.

세 개의 시선, 하나의 땅
그린란드를 둘러싼 이야기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자원, 안보, 그리고 주권. 각각의 시선 뒤에는 서로 다른 욕망이 놓여 있습니다.
첫 번째, 얼음 아래의 광물 전쟁
희토류는 첨단 산업의 혈액과도 같은 자원입니다. 문제는 현재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69퍼센트, 가공·공급의 85퍼센트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자, 공급망 다변화는 미국과 유럽 모두에게 긴급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2025년, 미국 수출입은행은 그린란드 남부 탄브리즈 희토류 광산에 1억 2천만 달러 규모의 융자 의향서를 발송했습니다. 같은 해 EU는 그린란드의 아미초크 흑연 프로젝트를 핵심원자재법 전략 프로젝트로 지정했습니다. 그린란드의 땅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강대국들이 동시에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한 겁니다.
다만 현실의 장벽은 높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현재 그린란드에서 가동 중인 광산이 단 2곳이며, 그마저도 희토류 광산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극한의 기후, 전력과 인력의 부재, 건설해야 할 도로와 항만. 자원이 있다는 것과 그것을 꺼낼 수 있다는 것 사이에는 넓은 간극이 있습니다.
두 번째, 북극이 전장이 되는 세계
그린란드 북서부에는 미군의 피투피크 우주기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조기경보 체계의 최전선이자,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핵심 거점입니다. 냉전 시기부터 NATO는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영국 사이의 해역, 이른바 GIUK 갭을 대서양 방어의 생명선으로 여겨왔습니다.
지금 이 해역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북극 군사력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고, 중국은 2018년 스스로를 '근북극 국가'로 선언하며 쇄빙선을 배치하고 북극 진출을 본격화했습니다. 이에 대응해 덴마크는 2025년 약 19.6억 유로 규모의 북극 방위 강화 계획을 발표하고, NATO 동맹국들과 대규모 군사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얼음이 녹을수록, 북극은 협력의 공간에서 경쟁의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세 번째, 주권과 정체성의 문제
2025년 1월, 트럼프 행정부는 그린란드에 대해 경제적·군사적 수단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듬해 초에는 EU 8개국에 대한 관세 위협으로 외교 위기가 확대되었고, 그린란드 특사 임명을 둘러싸고 덴마크와의 갈등이 깊어졌습니다.
이 와중에 가장 뚜렷했던 목소리는 그린란드 안에서 나왔습니다. 2025년 1월 여론조사에서 그린란드 주민의 85퍼센트가 미국 편입을 반대했고, 당시 총리 뮤테 에게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덴마크인이 되고 싶지도, 미국인이 되고 싶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그린란드인이고 싶습니다."
하나의 땅 위에 세 개의 시선이 교차합니다. 그런데 어느 시선도 이 땅 자체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먼저 묻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녹는 얼음이 말해주는 것
모두가 얼음 '아래'를 들여다보는 동안, 얼음 '자체'에서는 조용하지만 되돌리기 어려운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NOAA의 북극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란드 빙상은 1996년 이후 29년 연속으로 질량이 줄고 있습니다. NASA의 위성 관측 데이터는 2002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약 264기가톤의 얼음이 사라졌음을 보여줍니다. 이 손실이 매년 전 세계 해수면을 약 0.8밀리미터씩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수치로는 작아 보이지만, 이것이 20년 넘게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2025년의 기록도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융빙 시즌이 5월 14일에 시작되었는데, 이는 평년보다 12일 빠른 것이었습니다. 여름이 일찍 오고 가을이 늦게 오는 패턴, 즉 빙상이 녹는 계절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더 근본적인 경고도 있습니다. 2025년 학술지 《The Cryosphere》에 발표된 연구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3.4도 상승하면, 그린란드 빙상은 되돌릴 수 없는 티핑포인트를 넘는다고 분석했습니다. 한번 그 선을 넘으면 빙상은 천천히, 그러나 완전히 사라지는 경로에 접어들게 됩니다. 이미 1980년대 이후 1조 톤 이상의 얼음이 사라졌고, 최근 10년간 융빙 속도는 그 이전의 6배에 달합니다.
자원을 꺼내기 위해 얼음이 녹기를 기다리는 사이, 그 얼음이 품고 있던 지구의 순환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빙상이 녹아 흘러든 담수는 북대서양의 해류 흐름을 바꾸고, 그 변화는 다시 기후 패턴 전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하나가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흔들리는 구조. 자연은 원래 그런 식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누이트가 아는 것
이 땅에서 가장 오래 살아온 사람들은 자연을 다른 방식으로 이해합니다.
이누이트에게 자연은 이용하고 정복하는 대상이 아니라, 관계를 맺고 대화하는 존재입니다. 북극연구소(The Arctic Institute)의 2025년 보고서는 이누이트를 비롯한 북극 원주민들이 수천 년에 걸쳐 축적한 전통 생태 지식이 기후 변화 시대에 과학적 관측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기상 패턴, 해빙의 움직임, 동물의 이동 경로 —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진 이 지식은 자연과 공존하기 위한 정밀한 매뉴얼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 매뉴얼이 한 세대 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해빙이 줄면서 사냥꾼들이 수백 년간 이용하던 경로가 끊어지고 있고, 예측할 수 없는 날씨가 전통적 식량 체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코펜하겐대학교가 참여한 2019년 한 조사에서 그린란드 주민 76퍼센트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 체감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개썰매 문화의 쇠퇴, 젊은 세대와 전통 사이의 단절, 높아지는 사회적 고립감 — 얼음이 녹는 일은 단순한 환경 변화가 아니라 한 문화의 뿌리가 흔들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누이트의 시선에서 배울 것이 있습니다. 그들의 삶의 원칙 중 하나는 "필요한 만큼만 취한다"는 것입니다. 사냥에서, 어업에서, 땅의 자원을 다루는 모든 장면에서 이 원칙은 작동해왔습니다. 가져간 만큼 자연이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 이것은 낭만이 아니라 수천 년간 검증된 생존의 지혜이며, 순환이라는 자연의 체계를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한 사람들이 도달한 결론입니다.
이누이트 환극회의(ICC)는 원주민의 자결권과 함께 전통 지식이 글로벌 환경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기후 회의 테이블에서 이 목소리가 더 자주 들려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자연과 가장 오래 대화해온 사람들만이, 지금 자연이 보내는 신호를 가장 정확하게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추출의 논리, 순환의 논리
그린란드를 둘러싼 경쟁의 본질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이 땅에서 무엇을 가져갈 것인가.
광물을 꺼내고, 항로를 열고, 영토를 확보하는 것. 이것은 '추출'의 논리입니다. 필요한 것을 빠르게 가져와 쓰고, 그 이후는 별도의 문제로 남기는 방식. 우리가 익숙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반면, 이 땅에서 수천 년을 살아온 사람들이 실천해온 것은 다른 논리입니다. 필요한 만큼 취하고, 나머지는 자연에 맡기는 것. 돌려보내는 것까지를 하나의 과정으로 보는 것. 이것이 '순환'의 논리입니다.
두 논리의 충돌이 그린란드라는 하나의 땅 위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충돌은 우리의 일상과도 그리 멀지않습니다. 무언가를 사고, 쓰고, 버리는 것으로 끝나는 흐름. 혹은 사고, 쓰고, 돌려보내는 것까지 고려하는 흐름. 스케일은 다르지만 구조는 같습니다.
숲에는 쓰레기가 없습니다. 낙엽은 썩어 거름이 되고, 물은 땅을 통과하며 정화되어 다시 순환합니다. 자연에는 '폐기'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어딘가로 돌아갑니다. 그린란드의 빙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눈이 내리고, 얼음이 쌓이고, 빙하가 바다로 흘러가고, 증발한 수분이 다시 눈이 되는 거대한 순환. 그 순환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것이 지금 이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그린란드는 거울입니다. 크고 멀리 있는 거울이지만, 그 안에 비치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모습입니다. 무엇을 꺼내느냐는 선택의 문제이지만, 어떻게 돌려보내느냐는 태도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태도가, 결국 미래를 결정합니다.

얼음은 기억한다
그린란드의 빙하 깊은 곳에는 수십만 년 전의 공기가 갇혀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기포를 분석해 과거의 대기 조성을 복원합니다. 얼음은 그 시절의 공기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겁니다.
오늘 우리가 만드는 공기, 우리가 흘려보내는 물, 우리가 선택하는 방식들. 이것들은 어딘가에 기록됩니다. 자연은 잊지 않습니다. 다만 판단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린란드가 이슈의 중심이 된 이유는 자원 때문이기도, 안보 때문이기도, 기후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모든 이야기의 바닥에는 하나의 질문이 흐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연에서 가져가기만 할 것인가,
아니면 돌려보내는 법도 함께 배울 것인가.
답은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의 작은 선택 하나가 내일의 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 방향을 아는 것만으로 이미 달라지고 있습니다.
From Forest, For Future
The Cycle of Nature, Our Conn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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