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만든다는 맹그로브 숲, 왜?

2025년 봄, 한국의 제주도에서 이 맹그로브 숲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제주에 맹그로브라니. 뜬금없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 소식 내막에는 우리가 자연의 순환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꽤 깊은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 스코그링이 바로 그 질문을 들춰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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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03, 2026
제주에 만든다는 맹그로브 숲, 왜?
맹그로브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 적도 근처의 풍경을 떠올립니다. 동남아시아 해안가, 물속에 반쯤 잠긴 채 뿌리를 드러내고 서 있는 나무들. 습하고 뜨거운 공기, 밀물과 썰물이 번갈아 드나드는 진흙 바닥 위에 빽빽하게 들어선 숲. 물에 잠겨도 죽지 않고,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물에서도 양분을 빨아들이는 나무들.
 
분명 열대의 풍경입니다.
그런데 2025년 봄, 한국의 제주도에서 이 맹그로브 숲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제주에 맹그로브라니. 뜬금없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열대와 한국 사이의 거리를 생각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뉴스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 소식 내막에는 우리가 자연의 순환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꽤 깊은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오늘, 스코그링이 바로 그 질문을 들춰봅니다.
 
Midjourney. 열대우림 맹그로브 숲.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Midjourney. 열대우림 맹그로브 숲.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열대의 숲을 옮겨온 것이 아닙니다

 
먼저 오해가 없길 바랍니다. 약 4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프로젝트는, 열대 맹그로브를 직접 심는 것이 아닙니다. 제주도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조성하는 것은 '반맹그로브(semi-mangrove) 숲'이죠.
 
반맹그로브란, 열대 맹그로브처럼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해안에서 자라지만, 열대가 아닌 아열대 기후에서도 견딜 수 있는 식물군을 말합니다. 열대 맹그로브의 사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더 넓은 기후대에서 살아갈 수 있는 나무들입니다.
 
제주가 선택한 핵심 수종은 황근갯대추나무. 이 나무들은 원래 제주 해안에 자생하던 식물입니다. 낯선 곳에서 데려온 것이 아니라, 이미 이 땅에 있었던 것을 되살리는 겁니다. 황근은 한국에서는 제주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는 희귀 수종으로, 여름이면 노란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나무이기도 합니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2022년부터 이 프로젝트의 과학적 기반을 다져왔습니다. 어떤 수종이 제주의 토양과 해류에 맞는지, 기존 해안 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뿌리내릴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지를 연구한 끝에, 140헥타르 규모의 반맹그로브 숲 조성 계획이 확정되었습니다.
 
2025년 3월 21일, 제80회 식목일 기념행사에서는 2035년 탄소중립 목표를 상징하는 2,035그루의 황근이 성산읍 해안에 심어졌습니다.
 
이 숲은 외래종을 이식하는 실험이 아닙니다. 제주 해안에 원래 존재했던 순환의 고리를 다시 잇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다만,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왜 하필 지금일까?
 
노란 꽃을 피우는 황근 @국립생물자원관
노란 꽃을 피우는 황근 @국립생물자원관
 

바다가 보내는 신호

 
그 답은 바다의 온도에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제주 연안의 해수 온도는 꾸준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연구에 따르면, 한반도 남부 해안은 점차 아열대·열대성 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제주 바다의 온도가 오르면서, 이미 아열대 어종이 잡히기 시작했고, 해안가 식생의 분포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불가능했던 반맹그로브 조림이, 지금은 과학적으로 가능해진 겁니다.
 
이것을 단순히 "기후변화 덕분에 좋은 일이 생겼다"고 말하기엔 복잡한 감정이 듭니다. 바다가 따뜻해진다는 건 그 자체로 생태계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니까요. 한쪽에서는 기존 해양 생물이 서식지를 잃고,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립니다.
 
제주도가 이 상황을 읽은 방식이 흥미로운 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위기를 위기로만 보지 않고, 변화하는 조건 안에서 자연의 순환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은 것이니까요.
 
제주도는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국가 목표인 2050년보다 15년을 앞당긴 것입니다. 반맹그로브 숲은 이 목표의 핵심 축 중 하나입니다. 황근은 일반 자생 수종 대비 광합성 효율이 1.3배에서 2배까지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반맹그로브 생태계 전체로 보면 일반 산림 대비 3배에서 5배의 탄소를 흡수·저장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가 이 숲을 통해 목표하는 연간 CO₂ 흡수량은 약 300톤입니다.
 
사실 이 숫자만으로는 이 숲의 진짜 의미를 다 담기 어렵습니다. 탄소 흡수량, 광합성 효율, 헥타르 단위의 면적. 이런 숫자들은 프로젝트의 규모를 보여주지만, 이 숲이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려주지 못합니다. 만약 맹그로브가 그저 탄소를 가두는 저장고라면, 굳이 '숲'이라 부를 필요가 있을까요?
 
숲이라는 이름에는 그보다 훨씬 풍부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Midjourney. 높아지는 해수면 온도.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Midjourney. 높아지는 해수면 온도.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경계에서 피어나는 순환

 
맹그로브 생태계가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서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맹그로브는 바다도 아니고 땅도 아닌 곳, 정확히 그 경계에 뿌리를 내립니다. 밀물이 오면 물에 잠기고, 썰물이 오면 드러나는 조간대. 대부분의 식물이 견디지 못하는 이 불안정한 환경에서, 맹그로브는 오히려 번성합니다. 소금기 있는 바닷물에서 양분을 얻고, 진흙 바닥에 뿌리를 깊이 박아 조수의 움직임을 버텨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맹그로브는 놀라운 일들을 해냅니다.
 

1. 자연의 정수기

 
맹그로브의 뿌리는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오염물질과 퇴적물을 걸러냅니다. 농경지에서 씻겨 내려온 비료 성분, 도시에서 흘러온 생활하수, 토양이 깎여 나간 부유물. 이것들이 바다에 직접 닿으면 산호초가 질식하고 해초밭이 죽습니다.
 
하지만 맹그로브라는 필터를 거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물은 상당 부분 정화된 채로 바다에 닿죠. 맹그로브 뒤편의 바다에 산호초와 해초밭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2. 바다의 보육원

 
맹그로브 뿌리 사이의 미로 같은 공간은 수많은 해양 생물의 유년기를 품어줍니다. 작은 물고기와 갑각류, 새우의 유생들이 포식자를 피해 이곳에서 자라다가, 충분히 성장한 뒤 넓은 바다로 나아갑니다.
 
맹그로브가 사라진 해안에서 어획량이 급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숲이 사라지면, 물고기가 자랄 곳도 함께 사라지니까요. UNESCO에 따르면, 열대 해안의 어류 중 상당수가 생애 어느 시점에서 맹그로브에 의존한다고 합니다.
 
Midjourney.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 뿌리내린 맹그로브.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Midjourney. 바다와 육지의 경계에 뿌리내린 맹그로브.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3. 자연의 방파제

 
맹그로브 숲은 폭풍 해일과 쓰나미의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빽빽한 뿌리와 줄기가 파도의 힘을 분산시켜, 해안 마을에 도달하는 파고를 상당 부분 줄여줍니다.
 
실제로 2004년 인도양 쓰나미 당시, 맹그로브가 건강하게 남아있던 해안 마을이 그렇지 않은 마을보다 피해가 적었다는 보고는 이 숲의 방어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콘크리트 방파제와 달리, 이 방어막은 스스로 자라고 스스로 복원됩니다.
 

4. 시간을 품는 토양

 
그리고 맹그로브의 가장 놀라운 기능은 아마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IPCC가 '블루카본'이라 이름 붙인 해양 탄소 저장 시스템에서, 맹그로브는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대기에서 흡수한 탄소를 나무 자체가 아닌 뿌리 아래 토양에 저장하는데, 그 기간이 수십 년에서 수천 년에 이릅니다. 육상 열대우림에 비해 단위 면적당 탄소 저장량이 4배에서 5배 많다는 연구도 있을 정도.
 
정리하면, 맹그로브는 단순히 "해안에 서 있는 나무"가 아닙니다. 바다와 땅이라는 두 세계의 경계에 서서, 양쪽을 동시에 정화하고 연결하고 보호하는 순환 시스템 그 자체입니다. 물을 걸러내고, 생명을 품고, 탄소를 가라앉히고, 파도를 막습니다. 이 모든 것을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의 방식으로 해냅니다.
 

사라지는 경계, 되살리는 사람들

 
하지만 이 숲이 지구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살펴야겠습니다.
 
1980년부터 2005년 사이, 전 세계 맹그로브의 40% 이상이 파괴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해안 개발, 새우 양식장 조성, 무분별한 벌목. 열대우림이 사라지는 속도보다 4배나 빠른 소멸이었습니다.
 
필리핀은 1920년대 대비 4분의 1 이하만 남았고, 미얀마 이라와디 델타는 1970년대 이후 80%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경계에 서 있던 숲이 무너지자, 그 숲이 묵묵히 해오던 일들의 빈자리가 드러났습니다.
 
해안 침식이 가속되고, 어장이 줄어들고, 태풍에 대한 자연 방어막이 걷혀 나갔습니다. 연안 마을의 생계가 흔들리고, 블루카본이 저장하고 있던 탄소가 다시 대기 중으로 풀려나갔습니다.
 
Midjourney. 파괴되는 숲.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Midjourney. 파괴되는 숲.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그래서 되살리려는 움직임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2015년 7월 26일을 '국제 맹그로브 생태계 보전의 날'로 지정했고, 전 세계에서 복원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2024년 5월 국제맹그로브연합(MAC)에 가입하며 이 흐름에 합류했습니다.
 
현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의 한국 기업들도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도서국에서 맹그로브 복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제주에서는 제주은행이 반맹그로브 프로젝트에 기업으로서 처음 동참하며 민·관 협력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중이죠.
 
제주의 반맹그로브 프로젝트가 특히 주목받는 건, 단순한 '나무 심기'를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열대에서 나무를 가져오는 대신, 이 땅에 원래 있던 자생종을 기반으로 숲을 설계한다는 점. 자연을 지키겠다는 구호가 아니라, 자연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그 조건을 만들어주겠다는 접근. 그 차이가 이 프로젝트를 다르게 만듭니다.
 
물론 우려도 있습니다. 환경단체 제주자연의벗은 새로운 숲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기존 해안 습지와 자생 식물군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숲을 만드는 일이 또 다른 파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 프로젝트가 진정한 '순환'이 되려면, 새로 심는 것과 이미 있는 것 사이의 균형을 섬세하게 지켜야 합니다.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다고 멈추는 것과, 불완전함을 인정하면서 나아가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제주의 해안에서는 지금, 후자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Midjourney. 해안가에 나무를 심는 사람들.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Midjourney. 해안가에 나무를 심는 사람들.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우리 일상의 경계에 대하여

 
이 이야기를 쓰면서 계속 한 가지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맹그로브가 바다와 땅의 경계에서 양쪽을 정화하듯, 우리 집에도 경계가 있다는 생각. 싱크대 배수구, 세탁기 배수 호스, 욕실 하수구.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물이 집을 떠나 자연과 만나는 접점. 그곳이 우리 일상의 조간대입니다.
 
맹그로브는 그 경계에서 오염물을 걸러내고, 생명을 품고, 탄소를 가라앉힙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우리의 배수구를 통해 흘러나가는 것들은 어떤가요? 그것들은 강으로, 바다로 가서 순환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것들인가요, 아니면 순환을 방해하는 것들인가요?
 
이 질문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당장 완벽한 답을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다만, 맹그로브가 가르쳐주는 게 하나 있다면 이것일 겁니다.
 
진짜 깨끗함은
눈앞의 얼룩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흘려보낸 것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고, 상태가 아니라 흐름입니다. 깨끗함이란 어딘가에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도 괜찮은 것이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제주 해안 성산읍에 심어진 어린 황근은 아직 작습니다. 뿌리도 얕고, 숲이라 부르기엔 한참 이릅니다. 140헥타르의 반맹그로브 숲이라는 그림은 아직 첫 번째 점을 찍은 단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 나무는 바다와 땅이 만나는 불안정한 경계에서, 밀물에 잠기고 썰물에 드러나는 그 불확실한 자리에서, 조용히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경계에도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어쩌면 경계에 선다는 것은, 양쪽 모두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제주의 황근이 바다와 땅 사이에서 두 세계를 연결하듯, 우리의 작은 선택들도 오늘과 내일 사이 어딘가에서 조용히 무언가를 연결하고 있을 겁니다. 그 연결이 어떤 순환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한 가지, 맹그로브가 수천 년 동안 해온 방식은 꽤 분명합니다.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멈추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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