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다시 얼리는 사람들 (영국 스타트업 리얼아이스)
붉은 비니를 쓴 남자가 드릴로 1m가 넘는 얼음을 뚫고, 그 구멍으로 펌프를 내립니다. 잠시 후 푸른빛 바닷물이 솟아올라 얼음 표면에 퍼집니다. 물은 몇 초 만에 얼어붙기 시작합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놀랍도록 단순합니다. 바닷물을 퍼 올려 얼음 위에 뿌리는 것. 그런데 왜 이 사람들은 지구에서 가장 혹독한 곳에서 얼음을 만들고 있을까요?
Jan 30, 2026
영하 50도. 캐나다 북극의 작은 마을 캠브리지 베이에서 7km 떨어진 얼음 위입니다.
스노모빌 엔진이 멈추자 바람 소리만 남았습니다. 붉은 비니를 쓴 한 남자가 얼음 위에 내려 긴 드릴을 꺼냅니다. 1m가 넘는 얼음을 뚫고, 그 구멍으로 펌프를 내립니다. 잠시 후 푸른빛 바닷물이 솟아올라 얼음 표면에 퍼집니다. 물은 몇 초 만에 얼어붙기 시작합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놀랍도록 단순합니다. 바닷물을 퍼 올려 얼음 위에 뿌리는 것. 그런데 왜 이 사람들은 지구에서 가장 혹독한 곳에서 얼음을 만들고 있을까요?
우리가 마주한 현실
북극의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와 NASA의 위성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북극에서 가장 오래되고 두꺼운 얼음의 95%가 사라졌습니다. 2024년 9월 북극 해빙 면적은 428만 km²로, 46년 위성 관측 역사상 일곱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2007년 이후 18년 연속으로 역대 최저 기록이 갱신되고 있습니다.
매년 약 7만 7천 km²의 얼음이 사라집니다. 오스트리아 한 나라가 매년 녹아내리는 셈입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10~20년 내에 '블루 오션 이벤트'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여름철에 북극 해빙이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입니다. 이것이 현실이 된다면, 200만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 됩니다.
북극의 얼음은 단순한 풍경이 아닙니다. 하얀 얼음은 태양열의 상당 부분을 우주로 반사해 지구의 온도를 조절합니다. 얼음이 사라지면 어두운 바다가 드러나고, 바다는 더 많은 열을 흡수합니다. 온난화가 얼음을 녹이고, 녹은 얼음이 온난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약 400만 명의 사람들이 북극에서 살아갑니다. 이들에게 얼음은 사냥터이자 이동로이며, 삶 그 자체입니다.

‘뱀을 쫓던 청년, 얼음을 심다’
키안 셔윈(Cían Sherwin)은 어릴 때부터 파충류에 빠져 있었습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부터 뱀을 키웠고, 유럽에서 몇 안 되는 파충류학(herpetology) 전공이 가능한 영국 웨일스의 뱅거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 어느 날, 그는 북극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됩니다. 녹아내리는 얼음, 서식지를 잃어가는 북극곰, 삶의 터전이 무너지는 이누이트 사람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정말 아무것도 없을까?"
그는 대학 동료들과 함께 자원봉사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만든 건 호스가 스프링클러처럼 돌아가는 투박한 '얼음 만들기 기계'였습니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보여주기엔 충분했습니다.
2021년, 이 프로젝트는 UN의 'for Tomorrow' 액셀러레이터에 선정됩니다. 2022년에는 런던의 소프트웨어 기업가 사이먼 우즈, 이탈리아의 IT 투자자 안드레아 체콜리니가 합류해 '리얼아이스(Real Ice)'라는 회사가 정식으로 탄생했습니다.
"처음엔 저희도 몰랐어요.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지조차."

자연이 이미 알고 있던 방법
리얼아이스의 기술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단순합니다.
얼음 아래에서 펌프가 바닷물을 빨아올립니다. 그 물을 얼음 표면에 뿌립니다. 영하 수십 도의 공기에서 물은 거의 즉시 얼어붙습니다. 이 과정에서 얼음 위에 쌓여 있던 눈이 녹아 단열 효과가 사라지고, 얼음은 위아래 양쪽에서 동시에 두꺼워집니다.
이 원리는 그리 새로운 게 아닙니다. 캐나다와 핀란드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방식으로 얼음 도로를 만들어왔습니다. 리얼아이스는 이 검증된 원리를 북극 해빙 복원에 적용한 거죠.
공동 대표 안드레아 체콜리니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는 지오엔지니어링(geoengineering) 분야가 아닙니다. '지오미미킹(geo-mimicking)', 자연 모방 분야에 있습니다. 화학물질을 퍼뜨리지 않아요. 자연이 만들어낸 적 없는 것을 만들지 않습니다."
자연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방식을 '모방'하는 것. 연약한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원래 하던 순환을 도와주는 것. 이것이 리얼아이스의 철학입니다.
기술의 핵심은 애리조나주립대학교와 워싱턴대학교의 연구에 기반합니다. 2016년 물리학자 스티븐 데시(Steven Desch) 교수 연구팀은 풍력으로 작동하는 펌프로 북극 얼음 위에 물을 뿌리면 1m까지 얼음을 두껍게 할 수 있다는 이론을 발표했습니다. 리얼아이스는 이 이론을 현실로 옮기고 있습니다.
캠브리지 베이에서 벌어지는 일
2023년 1월, 리얼아이스 팀은 미국 알래스카 놈(Nome)에서 첫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습니다. 물을 뿌린 곳의 얼음이 실제로 두꺼워졌습니다.
2024년, 팀은 캐나다 누나부트 준주의 캠브리지 베이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에는 캐나다 고위도 북극 연구소(CHARS)가 있고, 해빙이 오래 유지되어 실험에 적합했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의 이누이트 이름 '이칼룩투우티악(Iqaluktuuttiaq)'은 '낚시하기 좋은 곳'이라는 뜻입니다. 얼음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2024년 겨울, 팀은 축구장 크기의 면적에 얼음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수소 연료전지로 구동되는 맞춤형 펌프도 처음으로 테스트했습니다.
2025년 겨울에는 규모를 키웠습니다. 약 20만 m², 토론토 로저스 센터의 네 배에 달하는 면적에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결과는 고무적이었습니다. 실험 구역의 얼음이 대조군보다 평균 25~50cm 더 두꺼웠습니다. 얼음 아래쪽에서도 성장이 관찰되었는데, 이는 눈의 단열 효과가 제거되면서 자연적인 얼음 성장이 촉진되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리얼아이스에게 기술만큼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
"우리 성공의 대부분은 지역 주민들과 얼마나 잘 협력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키안 셔윈은 말합니다.
"전통 지식이 우리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그것 없이는 우리가 하려는 일을 할 수 없어요."
팀은 이누이트 가이드 데이비드 카반나(David Kavanna)와 함께 일합니다. 그는 얼음 위의 안전한 경로를 알고, 얼음의 상태를 읽을 줄 압니다.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지식입니다.
리얼아이스는 누나부트 이누이트 정부와 지역 사냥꾼-트래퍼 조직으로부터 허가를 받았습니다. 2024년 1월 이후 다섯 차례의 주민 설명회를 열었고, 지역 학교에서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습니다.
캠브리지 베이 지자체의 짐 맥이컨(Jim MacEachern) 행정관은 말합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빙 변화와 이를 완화할 도구에 대해 커뮤니티가 더 많이 알수록 좋습니다."
외부인이 와서 '구해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함께 배우고,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아직 갈 길 멀지만.. ‘한 걸음씩’
리얼아이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약 100만 km²의 북극 해빙을 복원하는 것입니다. 이 규모라면 여름철 해빙 손실을 늦추거나 심지어 되돌릴 수 있다고 그들은 믿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 길이 얼마나 멀고 험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약 50만 대의 수중 드론이 필요합니다. 연간 비용은 50~60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2만 명의 인력이 드론을 관리해야 하고, 2테라와트시의 전력이 소모됩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회의적입니다. 브리스톨대학교의 리즈 백쇼(Liz Bagshaw) 교수는 "규모 확장 가능성이 극도로 의문스럽다"고 지적하며, 취약한 지역에 미칠 생태적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리얼아이스도 이러한 우려를 인정합니다. 얼음 두께 변화가 조류 성장 등 해양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안드레아 체콜리니는 말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은 영향을 미칩니다. 문제는 이대로 두는 것이 훨씬 더 극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죠.
"만약 얼음 두껍게 하기가 효과가 없거나 해롭다고 판명되면 중단하겠습니다."
리얼아이스의 정관에는 이익 배분 금지 조항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사업이 아니라 사명입니다.
2027~2028년 겨울, 리얼아이스는 100km² 규모의 대규모 테스트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50대의 수중 드론이 얼음 아래에서 구멍을 뚫고 물을 퍼 올리는 장면. 아직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그림이지만, 그들은 한 걸음씩 그곳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리얼아이스의 이야기는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않습니다.
영하 50도의 얼음 위에서 구멍을 뚫고, 펌프를 내리고, 물이 얼기를 기다리는 일. 화려하지 않습니다. 즉각적인 성과가 보이지도 않습니다. 내년에도, 그 다음 해에도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합니다. 성공할지 확신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멈추지 않습니다.
"완벽한 해답이 있다고 말할 순 없어요.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키안 셔윈의 말입니다. 지구 반대편, 우리 대부분이 평생 가보지 않을 곳에서 이들은 묵묵히 얼음을 심고 있습니다.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북극의 이누이트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이 행성의 순환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스코그링이 리얼아이스를 응원합니다
스코그링은 리얼아이스의 보이지 않는 헌신을 응원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도 함께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거창한 후원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기억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북극의 얼음 위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힘이 됩니다.
영하 50도의 바람 속에서 올해 겨울에도, 내년 겨울에도 리얼아이스틑 계속 그곳에 있을테니까요.
From Forest, For Future
The Cycle of Nature, Our Conn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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