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포장 테이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그동안 분리수거를 성실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 박스가 재활용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테이프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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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30, 2026
택배 포장 테이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택배 박스를 분리수거통에 넣기 전, 테이프를 뜯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깔끔하게 떼어지지 않아 박스 표면이 일부 뜯겨 나오기도 하고, 끈적한 접착제가 손가락에 남기도 합니다. 그렇게 겨우 떼어낸 테이프는 결국 일반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테이프를 떼지 않고 박스째 재활용통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분리수거를 성실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 박스가 재활용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테이프 때문입니다.
 

택배 테이프는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마트나 문구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투명 택배 테이프의 정식 명칭은 OPP 테이프 또는 BOPP 테이프입니다. OPP는 Oriented Polypropylene, 즉 방향성 폴리프로필렌의 약자입니다. 원유에서 추출한 프로필렌을 가공해 만든 플라스틱 필름에 아크릴 또는 고무 계열의 합성 점착제를 입힌 구조입니다. 얇고 투명하며 가볍기 때문에 전 세계 물류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포장재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가장 흔한 포장재 중 하나지만, 환경에의 영향은 다른 플라스틱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환경에 유입된 플라스틱은 조건에 따라 분해되기까지 100년에서 1000년 이상이 걸립니다.
 
BOPP 테이프 역시 자연에서 생물학적으로 분해되지 않습니다. 자외선에 의해 잘게 부서질 수는 있지만, 그 파편 하나하나는 여전히 플라스틱입니다. 크기만 작아질 뿐,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이 미세 플라스틱이 자연은 물론, 인간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 유엔환경계획(UNEP)은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간, 신장, 태반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Midjourney.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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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가 붙은 박스, 재활용 공장에 들어가면?

 
박스를 분리수거통에 그냥 넣었을 때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볼까요?
 
종이 재활용 공정의 첫 단계는 '펄핑(pulping)'입니다. 수거된 박스를 거대한 물탱크에 넣어 으깨고 녹여 종이 죽(펄프)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박스의 종이 섬유는 물에 녹아 새로운 종이의 원료가 됩니다. 택배 박스 한 장이 다시 포장지나 신문지가 되는 여정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문제는 BOPP 테이프입니다. 플라스틱 테이프는 물에 녹지 않습니다. 물탱크 안에서 다른 플라스틱 조각, 금속 스테이플, 라벨 등과 뒤엉켜 기다란 로프 형태의 덩어리가 됩니다. 업계에서는 이것을 '래거 테일(ragger tail)'이라고 부릅니다. 이 덩어리는 기계를 멈추게 하기 때문에 작업자가 직접 꺼내야 하죠. 이렇게 꺼낸 덩어리는 매립지로 보내집니다. 재활용을 위한 공정이, 결국 새로운 폐기물을 만들어내는 셈입니다.
 
더 큰 문제는 연쇄 효과입니다. 플라스틱 테이프 오염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재활용 업체는 해당 묶음 전체를 받지 않습니다. 테이프를 그대로 붙인 박스가 많을수록, 멀쩡한 박스들도 함께 매립지로 향하게 됩니다. 성실하게 분리수거를 한 이웃의 박스도 함께 버려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Midjourney.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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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규모

 
사실, 이건 개인의 문제라기 보단 구조적 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이 사실을 입증하는 몇 가지 수치가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에서 배송된 택배 소포는 약 1670억 개에 달합니다. 중국 단일 택배 시스템에서만 2022년 한 해 약 170억 미터의 포장 테이프가 사용된다고 합니다. 지구를 424바퀴 이상 감을 수 있는 길이. 이건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중 약 40%를 차지하는 비중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계속 성장하면서 이 수치는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BOPP 테이프의 연간 전 세계 생산량은 500만 톤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재활용률은 오염 문제로 인해 5% 미만에 머뭅니다. 이 수치는 BOPP 테이프가 '재활용 가능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재활용 시스템 안에서는 대부분 폐기물로 끝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테이프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 석유가 쓰이고, 그 부산물은 수백 년간 남습니다. 하지만 재활용되는 비율은 100분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입니다.
 
Midjourney.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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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가능'과 '실제로 재활용됨' 사이

 
BOPP 테이프는 기술적으로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폴리프로필렌(PP, 플라스틱 분류 기호 5번)은 재활용 가능한 소재이기 때문.
 
그런데, 왜 현실은 그렇지 않을까요? 테이프는 점착제가 붙어 있고, 박스와 뒤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박스 테이프가 재활용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점착제를 제거하는 공정이 필요하고, 박스와 분리하는 과정이 추가적으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 재활용 시설은 이런 복잡한 전처리 과정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전문 장비와 추가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테이프를 분리해 재활용하는 대신 그냥 폐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만들었다'는 표기와 '실제로 재활용되는 제품'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소재의 가능성과 시스템의 현실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현실의 인프라와 결합했을 때 실제로 순환되는지가 중요합니다. 좋은 소재가 잘못된 시스템을 만나 쓰레기가 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Midjourney.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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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은 이미 있습니다

 
크라프트 종이 테이프, 그중에서도 수분 활성 테이프(Water-Activated Tape, WAT)는 다른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크라프트 종이와 전분 기반 접착제로 만들어져 있어, 종이 재활용 공정의 펄핑 단계에서 박스와 함께 완전히 녹아듭니다. 별도로 분리하거나 제거할 필요가 없습니다. 업계 용어로 '재펄프화(repulpable)'가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테이프가 붙은 채로 분리수거통에 넣어도, 박스의 재활용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테이프와 박스가 함께 새로운 종이로 돌아갑니다.
 
접착력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수분 활성 테이프는 종이 표면과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라 일반 플라스틱 테이프보다 강한 접착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의 테이프 줄로 완전한 봉합이 가능하죠. 플라스틱 테이프처럼 여러 줄을 겹쳐 붙일 필요가 없어, 전체적인 소재 사용량도 줄어듭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가격이 일반 BOPP 테이프보다 높고, 물로 점착제를 활성화해야 하므로 디스펜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개인 소비자보다는 물량이 많은 사업자에게 더 실용적인 선택입니다. 현재는 대규모 물류 센터나 친환경 패키징에 관심 있는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사용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테이프를 바꾸기 어렵더라도, 분리수거 전에 테이프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실천이 됩니다.
 
Midjourney.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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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현재 집에 있는 테이프를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다음에 새 테이프를 구입할 때, 소재 표기를 한 번 확인해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분리수거할 때 박스에 붙은 플라스틱 테이프를 떼어내는 작은 습관도 의미가 있습니다. 재활용 공장에 들어가기 전에 분리해두는 것만으로도, 그 박스가 실제로 재활용될 가능성을 높입니다. 완벽하게 제거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테이프 면적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재활용 시설이 해당 묶음을 거부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재활용의 결과는 분리수거통 앞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재활용 공장 안의 물탱크에서도 결정됩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분리수거 앞에서의 행동이 달라집니다. 테이프를 떼는 것이 귀찮은 일이 아니라, 내가 버린 박스가 실제로 새로운 종이가 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마지막 단계임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인식은 한 번 생기면 잘 사라지지 않습니다. 박스를 접을 때마다, 테이프를 뜯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행동이 습관이 되는 것은 의지보다 이해에서 시작될 때입니다.
 
Midjourney.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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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그링이 테이프를 쓰지 않는 이유

 
크라프트 종이 테이프가 일반 플라스틱 테이프보다 낫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스코그링은 조금 다른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어떤 테이프가 더 환경에 가까운가'가 아니라, '테이프 자체를 쓰지 않을 수 있는가'입니다. 어떤 테이프든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자원이 쓰이고, 버려지는 과정에서 처리의 문제가 생깁니다. 완전히 무해한 테이프는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코그링의 제품 포장 박스는 테이프 없이 봉합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박스 자체의 접힘과 맞물림으로 밀봉이 완성되기 때문에, 개봉할 때도 테이프를 뜯어낼 필요가 없습니다. 분리수거 역시 간단합니다. 테이프를 제거하는 번거로움 없이, 박스 그대로 종이 분리수거통에 넣으면 됩니다. 재활용 공정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일으킬 요소가 처음부터 없는 구조입니다.
 
포장 하나를 설계할 때 그 포장이 버려지는 순간까지 생각하는 것, 스코그링이 지향하는 방향입니다. 아직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테이프 한 롤을 없애는 것처럼, 작은 결정들을 하나씩 바꿔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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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Forest, For Future
The Cycle of Nature, Our Conn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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