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에서 코뿔소와 함께 살아가는 법
네팔 치트완 국립공원 인근 마을은 코뿔소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멸종 위기에서 회복된 코뿔소와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충돌과 공존의 구조를 실제 사례와 데이터로 풀어봅니다.
Apr 30, 2026
네팔 남부, 치트완 국립공원 인근 마을 사우라하(Sauraha). 어느 오후, 거리를 걷던 관광객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춥니다. 카페 앞 골목에서 거대한 회색 몸체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몸무게 2톤이 넘는 인도코뿔소입니다. 자전거 한 대가 조용히 방향을 틀고, 식당 주인은 선글라스를 들어 올려 코뿔소를 확인한 뒤 다시 손님 쪽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특별히 놀라는 기색이 없습니다.
이 장면은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고, 많은 사람에게 경이와 의아함을 동시에 안겼습니다. 야생의 코뿔소가 거리를 활보하다니. 그런데 사우라하 주민에게 이것은 뉴스가 아닙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반복되어 온 일상의 한 장면입니다.
이 글은 그 일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묻습니다. 코뿔소가 마을로 내려오게 된 배경, 그것을 가능하게 한 반세기에 걸친 보전의 역사, 그리고 그 성공이 오히려 만들어낸 새로운 긴장과 질문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한때 100마리뿐이었던 코뿔소
인도코뿔소(Rhinoceros unicornis)는 지구에서 가장 큰 육상 포유류 중 하나입니다. 성체의 몸무게는 1,800kg에서 최대 2,700kg에 달하며, 어깨높이는 약 1.8m입니다. 단독 생활을 즐기고, 강변 범람원의 초지와 습지를 주된 서식지로 삼습니다. 이마에 솟은 하나의 뿔이 특징이며, 두꺼운 피부의 주름이 갑옷처럼 층층이 겹쳐 있어 선사시대 생물을 연상시킵니다.
20세기 초, 이 동물은 파키스탄에서 미얀마까지 아시아 전역에 분포했습니다. 그러나 귀족 계층의 사냥 문화와 농경지 확장으로 서식지가 빠르게 사라지면서 개체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네팔과 인도 일부 지역에만 약 100여 마리가 남은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사실상 멸종 직전이었습니다.
전환점은 1973년이었습니다. 네팔 정부는 치트완 국립공원을 공식 지정하고, 군 병력을 투입해 밀렵을 강력히 단속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조치는 즉각적인 효과를 낳았습니다. 개체 수는 조금씩 회복됐고, 1980년대에는 1,500마리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다만 1996년에서 2006년 사이, 네팔 내전이 격화되면서 군의 순찰이 약해진 틈을 타 밀렵이 다시 기승을 부렸고 회복세가 한동안 꺾이기도 했습니다.

2006년 평화 협정 이후 보전 활동이 재건됐습니다. 드론 감시, 카메라 트랩, 지역 주민 조직을 활용한 밀렵 감시 체계가 갖춰졌습니다. 그 결과는 숫자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 국가 코뿔소 조사에서 네팔 내 개체 수는 752마리로 확인됐습니다. 2024년 국제코뿔소재단(International Rhino Foundation)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와 네팔을 합산한 인도코뿔소 총 개체 수는 약 4,075마리로, 지난 10년간 2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은 현재 이 종을 '취약(Vulnerable)' 등급으로 분류합니다. 멸종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른 수준입니다.
성공의 다음 질문
보전이 성공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동물이 늘어납니다. 늘어난 동물은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 공간은 어디에 있을까요.

치트완 국립공원을 둘러싼 완충 지대(buffer zone)에는 약 30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보호구역 면적이 고정된 상태에서 코뿔소 개체 수가 늘어나자, 동물들이 공원 경계를 넘어 마을로 이동하는 빈도가 점점 높아졌습니다. 코뿔소는 농작물을 먹고, 농로를 가로막고, 때로는 사람을 공격했습니다.
2025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연구는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치트완·바르디아 국립공원 완충 지대에서 총 14,989건의 인수(人獸) 충돌이 공식 기록됐다고 밝혔습니다. 그 중 작물 피해가 8,129건으로 가장 많았고, 가축 피해가 4,611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코뿔소는 사람에 대한 직접 공격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공원 경계에 가까이 사는 주민일수록 피해 빈도가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
지난 회계연도에만 치트완 국립공원 인근에서 야생동물로 인해 11명이 사망했으며, 그 중 코뿔소가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냈습니다. 밭에 들어온 코뿔소를 쫓으려다 목숨을 잃은 농부의 이야기가 지역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이것이 보전 실패의 신호인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것은 성공이 만들어낸 새로운 질문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태도입니다. 네팔 정부는 야생동물로 인한 작물·가축·인명 피해에 대해 완충 지대 기금에서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지급된 보상금은 약 6억 루피(한화 약 55억 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보상 절차가 복잡하고, 실제 피해액보다 낮은 금액이 지급되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의 불만도 적지 않습니다. 피해를 입고도 보상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일부에서는 야생동물 보전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보전의 성공이 지역 주민에게 비용으로 전가되는 구조가 지속될 경우, 공존의 기반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습니다.
경계 대신 관계를 설계하다
네팔 정부가 완충 지대 제도를 도입한 것은 단순히 공원과 마을 사이에 선을 긋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이 공간의 관리를 지역 주민 위원회(BZUC, Buffer Zone User Committee)가 직접 담당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공원 수익의 일부가 완충 지대로 환류되어 피해 보상과 지역 개발에 쓰입니다. 관리의 주체를 외부 기관이 아닌 그 땅에 사는 사람들로 설정한 것입니다.
세계자연기금(WWF), 런던동물학회(ZSL), 네팔자연보전신탁(NTNC) 등 국제단체들은 지역 농가와 협력해 소 품종 개량, 수의 서비스 지원, 지속 가능한 방목 교육을 제공했습니다.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주민의 생계도 안정시키는 방식입니다. 코뿔소가 소보다 경쟁력 있는 초식동물이기 때문에, 소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결국 코뿔소 서식지를 지키는 데도 기여한다는 논리입니다.
사우라하 마을에서는 주민들이 코뿔소 출몰 시 행동 요령을 직접 숙지하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습니다. 관광객을 안전거리 밖에서 안내합니다. 야간에는 횃불로 코뿔소의 이동 방향을 조심스럽게 유도합니다. 호텔 관리인과 마을 이장들이 출몰 상황을 공유하고 조율합니다. 국립공원 직원들은 필요한 경우 훈련된 코끼리를 이용해 코뿔소를 공원 쪽으로 되돌려 보냅니다.
《디스커버 와일드라이프(Discover Wildlife)》가 최근 사우라하 주민들을 인터뷰한 결과, 불편과 위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보전 노력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한 주민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코뿔소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야생동물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합니다." 코뿔소가 마을로 걸어들어오는 장면을 찍은 영상이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있습니다. 보전이 지역 경제와 연결되면서, 주민들이 코뿔소의 존재에서 실제 이익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이 구조의 핵심은 공존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라는 점입니다. 감정만으로는 지속되지 않습니다. 제도와 생계와 이익이 함께 맞물릴 때, 사람과 동물이 같은 공간에서 오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들
이야기를 여기에서 마친다면 너무 깔끔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후변화는 코뿔소 보전에 새로운 위협을 더하고 있습니다. WWF 보고서에 따르면, 치트완 국립공원은 최근 수십 년간 강수 강도와 홍수 빈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규모 홍수로 코뿔소 여러 마리가 익사했고, 일부 개체는 물에 휩쓸려 인도 국경 너머까지 떠내려간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들을 회수하는 데 상당한 인력과 비용이 들었습니다.

침입 외래식물 문제도 심각합니다. 코뿔소의 먹이가 되는 자생 초본식물 군락을 외래종이 잠식하면서 서식지 내 먹이 기반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제코뿔소재단과 NTNC는 현재 치트완 내 625에이커의 초지에서 외래식물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증가한 개체 수를 분산시키기 위해 정부는 치트완의 코뿔소 일부를 바르디아·슈클라판타 국립공원으로 이전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생태학자들은 이 방식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동물을 옮기기 전에 서식지를 먼저 복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네팔의 생태학자 헴 사가르 바랄(Hem Sagar Baral)은 코뿔소가 동쪽 구역에 머물지 않으려 하는 데는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를 해결하지 않은 채 동물만 옮기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밀렵도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2024년 국제코뿔소재단 보고에 따르면 인도와 네팔을 합쳐 4년간 13마리의 코뿔소가 밀렵으로 희생됐습니다. 아시아 전통의학 시장에서 코뿔소 뿔은 여전히 고가에 거래되며, 그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 한 밀렵의 유인도 남습니다.
완충 지대 예산의 사용 방식도 지적 대상입니다. 학술 연구에 따르면 완충 지대 관련 예산 중 실제로 야생동물 충돌 예방과 피해 경감에 직접 투입되는 비율은 13.7%에 불과했습니다. 제도가 있더라도, 그 제도가 실제로 현장에서 작동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같은 땅, 다른 방식으로
사우라하의 골목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코뿔소 한 마리가 카페 앞을 지나갑니다. 주민들은 그것을 보며 서로 눈짓을 나눕니다. 두려움도 무감각도 아닌,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의 눈빛입니다.
네팔의 코뿔소 이야기는 보전이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동물을 인간으로부터 격리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공간을 어떻게 나누고, 충돌을 어떻게 다루며, 각자의 이익이 어떻게 맞물릴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재설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50년에 걸친 조율의 산물입니다.
이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기후, 서식지, 밀렵, 이주, 보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여전히 쌓여 있습니다. 그러나 치트완이 증명한 것 하나는 분명합니다. 사람과 자연이 같은 땅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존재합니다. 그 방법을 찾는 데는 시간과 실패와 끊임없는 수정이 필요합니다.
코뿔소가 마을 거리를 걷는 장면은 낭만이 아닙니다. 그것은 반세기 동안 실패하고 수정하며 쌓아 올린, 불완전하지만 진지한 공존의 기록입니다.
스코그링은 자연과의 관계를 제품 차원에서 묻습니다. 일상에서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들이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 그 질문에서 스코그링의 모든 제품 개발이 시작됩니다.
From Forest, For Future
The Cycle of Nature, Our Connection
—참고 자료
International Rhino Foundation, State of the Rhino 2024 · IUCN Asian Rhino Specialist Group · WWF, Sustainable Habitats for Chitwan National Park Rhinos · ZSL, Greater One-Horned Rhino Conservation · NTNC, Greater One-Horned Rhino · Scientific Reports (Nature), Balancing act: navigating increasing human-wildlife conflict amidst megafauna recovery in the tropical lowlands of Nepal (2025) · Mongabay, Nepal rhino boom brings coexistence challenges for locals, tourists · Discover Wildlife, Rhinos in the Chitwan Valley (2026) · Dhakal & Thapa, Buffer Zone Management Issues in Chitwan (Parks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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