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만드는 연어 이야기
나이테에는 그해 비가 많이 왔는지, 가뭄이 들었는지, 어떤 영양분을 흡수했는지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발견됩니다. 바다에서만 존재하는 질소 동위원소, 과학자들이 'Marine Nitrogen'이라고 부르는 것이 나무 속에서 검출된 것입니다.
Jan 08, 2026
깊은 산속, 태평양 연안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북미의 원시림. 과학자들은 그곳에서 수백 년 된 거대 침엽수들의 나이테를 채취하고 있었습니다. 나무의 나이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나이테에 새겨진 화학적 기록을 읽기 위함이었습니다.
나이테는 나무의 일기장과 같습니다. 그해 비가 많이 왔는지, 가뭄이 들었는지, 어떤 영양분을 흡수했는지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죠. 과학자들은 현미경 아래에서 그 기록을 하나하나 읽어나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발견됩니다.
바다에서만 존재하는 질소 동위원소, 과학자들이 'Marine Nitrogen'이라고 부르는 것이 나무 속에서 검출된 것입니다. 바다의 질소는 육지의 질소와 화학적 구조가 다릅니다.
그런데,
바다에서 수십 킬로미터나 떨어진 산꼭대기의 나무가, 어떻게 바다의 것을 품고 있었을까요?
바다는 저 멀리 있었습니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 한참을 가야 닿을 수 있는 곳에. 그런데 이 나무는 분명히 바다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강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바다에서 숲으로, 연어의 여정
답은 연어에게 있었습니다.
매년 가을, 태평양 연안의 강에서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수백만 마리의 연어가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모습. 연어는 민물에서 태어나 바다로 나가 수년간 성장한 뒤, 다시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합니다. 수천 킬로미터를 헤엄쳐 돌아오는 이 여정은, 자연이 보여주는 가장 경이로운 귀향 중 하나입니다.
중요한 것은 연어의 몸에 담긴 요소들입니다.
바다에서 수년간 살아온 연어의 몸에는 바다의 영양분이 가득 축적되어 있습니다. 질소, 인, 탄소, 그리고 바다에서만 발견되는 그 특별한 질소 동위원소까지. 말하자면, 연어 한 마리는 바다의 에너지가 응축된 작은 보물 상자와 같습니다.
강을 거슬러 올라온 연어들은 산란을 마치고 서서히 죽어갑니다. 그리고 그때, 숲의 주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연어와 곰, 그리고 나무
곰이 가장 먼저 옵니다. 가을철 강가에서 연어를 낚아채는 곰의 모습은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곰은 재미있는 습성이 있습니다. 잡은 연어를 강가에서 바로 먹지 않고, 숲속 깊이 물고 들어가서 먹는 것입니다. 다른 곰이나 포식자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곰은 연어를 다 먹지 않습니다. 가장 기름진 부위, 뇌와 알만 먹고 나머지는 버려둡니다. 가을철에는 먹이가 풍부하니까요. 숲 바닥에 남겨진 연어의 사체를, 이번에는 늑대와 독수리와 까마귀가 찾아옵니다. 그들은 그 사체를 더 멀리, 숲 더 깊은 곳까지 퍼뜨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작은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미생물입니다.
숲 바닥에 흩어진 연어 사체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토양에 스며듭니다. 바다에서 온 질소와 인과 탄소가 흙의 일부가 됩니다. 그리고 나무의 뿌리가 그것을 빨아들입니다. 바다의 에너지가 마침내 나무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입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연어가 풍부한 강 주변의 나무는 그렇지 않은 곳의 나무보다 세 배나 빠르게 자랍니다. 바다가 숲을 키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이테에 새겨진 바다의 질소는, 수백 년 전 어느 가을날 강을 거슬러 올라온 연어의 흔적이었습니다.
곰이 물고 간 연어 한 마리가, 수백 년 뒤 거대한 나무의 일부가 됩니다. 바다에서 시작된 여정이 산꼭대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지는 셈이죠.

자연에는 경계가 없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세상에 선을 긋습니다.
여기는 바다, 저기는 육지. 여기는 강, 저기는 숲. 지도 위에 그어진 경계선, 행정구역을 나누는 선, 내 땅과 네 땅을 가르는 울타리. 우리는 그 선들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갑니다. 마치 그것이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하지만 연어는 그 선을 알지 못합니다.
연어에게 바다와 강의 경계는 없습니다. 강과 숲의 경계도 없습니다. 연어는 그저 흐릅니다. 바다에서 강으로, 강에서 숲으로.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바다의 에너지가 숲의 나무가 됩니다. 자연에는 "여기서 끝"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모든 것은 흐르고, 연결되고, 순환합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숲과 강과 바다는 같은 지구일 뿐입니다.
모두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를 이루는 기관들입니다. 강은 혈관이고, 물은 피이며, 연어는 그 안을 흐르는 영양분입니다. 곰과 늑대와 독수리는 그 영양분을 필요한 곳으로 운반하는 세포들입니다. 어느 한 곳이 막히면 전체가 아픕니다.
연어가 사라진 강 주변의 숲은 서서히 쇠약해집니다. 댐이 건설되어 연어의 이동이 막힌 곳에서는, 나무의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바다와 숲 사이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면, 숲은 바다의 에너지를 더 이상 받지 못합니다.
우리가 긋는 선들은 편의를 위한 것입니다. 세상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기 위해, 관리하기 쉽게 만들기 위해 그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자연은 그 선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연은 언제나 연결되어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사람은?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한 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우리집은?”
우리는 집을 "밀폐된 공간"으로 생각합니다. 문을 닫으면 바깥세상과 단절되는, 안전하고 독립된 나만의 영역.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잠깐 욕실을 떠올려보세요. 세면대 아래 배수구, 샤워실 바닥의 배수구, 주방 싱크대의 배수구. 그 작은 구멍들은 어디로 이어져 있을까요?
배수구로 흘러간 물은 하수관을 타고 흐릅니다. 정화시설을 거쳐 강으로 흘러갑니다. 강물은 바다로 향합니다. 바다의 물은 증발해 구름이 되고, 구름은 비가 되어 숲을 적십니다. 숲에 내린 빗물은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고, 다시 샘이 되어 강의 발원지가 됩니다.
당신의 배수구는 강의 발원지입니다. 거대한 순환의 입구입니다.
두려움을 주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경이로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욕실의 작은 배수구가 먼 바다와 이어져 있고, 그 바다는 다시 숲과 이어져 있습니다. 연어가 바다의 에너지를 숲에 전하듯, 우리의 일상도 배수구를 통해 강과 바다와 숲으로 흘러갑니다.
당신이 오늘 아침 세수하며 흘려보낸 물은, 어쩌면 몇 달 뒤 어느 숲에 내리는 비의 일부가 될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저녁에 설거지하며 흘려보낸 물은, 언젠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가 헤엄치는 물의 일부가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일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멀리까지 닿아 있습니다.
집은 밀폐된 공간이 아닙니다. 집은 거대한 순환계의 한 지점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우리는 그 순환의 일부죠.

이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
한동안 이 이야기가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바다의 연어가 숲의 나무를 키운다니. 수백 년 된 나무의 나이테에 바다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니. 자연은 정말 경계 없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구나. 그 경이로움이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그래서 나누고 싶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우리만 알기엔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경이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조금씩 모이면, 세상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자연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 우리의 일상이 그 연결의 일부라는 것, 배수구 너머로 넓은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것. 당신이 이 이야기를 읽고 무언가를 느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 찾아서 나눌 생각입니다. 숲이 가르쳐주는 것들, 자연이 보여주는 순환의 지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연결고리들. 그 이야기들이 조금씩 퍼져나가서, 같은 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거창한 운동을 시작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오늘 배수구를 바라볼 때, 잠깐이라도 "이 물은 어디로 갈까?"라고 생각해보면 됩니다. 그 작은 생각 하나가 모여서, 언젠가 큰 흐름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순환은 끝나지 않습니다
연어의 여정은 끝이 아닙니다.
바다에서 강으로, 강에서 숲으로. 그리고 숲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나무가 흡수한 바다의 에너지는 낙엽이 되어 땅에 떨어지고, 그 낙엽은 분해되어 빗물에 씻겨 강으로 흘러가고, 강물은 다시 바다로 향합니다. 그 바다에서 또 다른 연어가 자라고, 그 연어는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옵니다.
순환에는 끝이 없습니다. 끝나는 것처럼 보이는 지점이 사실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이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서 다시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고, 오늘 저녁 배수구를 바라보며 잠깐 생각에 잠길 수도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이 이야기가 당신을 통해 조금 더 멀리 흘러가기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기를.
그 작은 흐름들이 모여 언젠가 강이 되기를.
그리고 그 강이 숲을 키우기를.
From Forest, For Future
The Cycle of Nature, Our Conn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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