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그링 철학의 근원 : 깨끗함은 '상태' 아닌 '흐름'
아무리 맑았던 물도 흐름이 멈추는 순간 탁해지기 시작합니다. 반면, 계속해서 흐르는 강물은 바위와 부딪히고 모래층을 통과하며 스스로를 정화합니다. 급류를 만나 하얗게 부서지기도 하고, 깊은 소(沼)에서 잠시 쉬어가기도 하지만,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그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서 물은 산소를 품고, 불순물을 걸러내며, 생명을 키워냅니다.
Dec 31, 2025
어린 시절, 시골 외갓집 마당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그 연못을 '살아있는 물'이라 부르셨죠. 산에서 내려오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연못을 거쳐 다시 개울로 흘러나가는 구조였습니다. 물은 늘 맑았고, 가끔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 여름, 가뭄이 들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끊기고, 연못의 물은 더 이상 어디로도 가지 못했습니다. 일주일, 열흘, 보름. 처음에는 티가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자 물빛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투명하던 수면 위로 녹조가 끼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났습니다.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물이 가만있으면 안 돼. 물은 흘러야 물이여."
아무리 맑았던 물도 흐름이 멈추는 순간 탁해지기 시작합니다. 반면, 계속해서 흐르는 강물은 바위와 부딪히고 모래층을 통과하며 스스로를 정화합니다. 급류를 만나 하얗게 부서지기도 하고, 깊은 소(沼)에서 잠시 쉬어가기도 하지만,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그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서 물은 산소를 품고, 불순물을 걸러내며, 생명을 키워냅니다.
자연에게 '깨끗하다'는 것은 멸균된 진공 상태가 아닙니다. 멈추지 않고 순환하는 '흐름(Flow)' 그 자체입니다.

숲이 가르쳐주는 깨끗함의 정의
숲에 들어가 본 적이 있나요? 진짜 숲,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원시의 숲 말입니다.
처음 발을 들이면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바닥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고, 쓰러진 나무가 여기저기 뒹굴고 있습니다. 곰팡이가 피어오른 그루터기, 벌레 먹은 나뭇가지, 이름 모를 버섯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깨끗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숲에는 '쓰레기'가 없습니다.
매년 가을, 나무들은 엄청난 양의 낙엽을 떨어뜨립니다. 단 한 그루의 참나무가 일 년에 떨구는 잎의 양이 대략 20만 장에 달한다고 합니다. 한 숲에 나무가 수천, 수만 그루라면 그 낙엽의 총량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런데 왜 숲은 낙엽 더미에 파묻히지 않을까요?
답은 '순환'에 있습니다.
떨어진 낙엽은 곤충과 미생물의 먹이가 됩니다. 그들의 몸을 거친 낙엽은 잘게 부서지고, 다시 더 작은 생명체들에 의해 분해됩니다. 그렇게 형태를 잃은 낙엽은 흙이 됩니다. 흙 속의 양분은 나무의 뿌리를 통해 다시 올라가고, 그 양분으로 나무는 새 잎을 틔웁니다. 내년 가을, 그 잎은 다시 땅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낙엽이 흙으로, 흙이 양분으로, 양분이 나무로, 나무가 다시 낙엽으로.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며 흐를 때, 비로소 숲은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숲의 깨끗함은 '비어있음'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 흘러가는 '충만한 순환'입니다.
쓰러진 나무는 버려진 것이 아니라 수십 종의 곤충과 버섯의 집이 됩니다. 그 나무가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나무는 숲 생태계의 일부로서 제 역할을 다합니다. 마지막 조각까지 흙으로 돌아갔을 때, 그 자리에는 새로운 나무가 싹을 틔웁니다.
숲은 아무것도 버리지 않습니다. 다만 모든 것을 흘려보낼 뿐입니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모든 것은 다시 시작이 됩니다.

우리는 '삭제'를 '청소'라고 착각해왔습니다
이제 우리 이야기를 해볼까요.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합니다. 기름기 가득한 접시에 세제를 풀고 스펀지로 문지릅니다. 뽀드득 소리가 나면 '깨끗해졌다'고 느낍니다. 거품을 물로 헹구면 접시는 반짝반짝 빛납니다. 우리는 만족스럽게 접시를 식기건조대에 올려놓고, 더러움이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혹시 이런 질문을 가져보신 적이 있나요?
"방금 흘려보낸 저 거품은 어디로 갔을까?"
거품은 배수구로 사라졌습니다. 눈앞에서 보이지 않으니 '없어졌다'고 느껴집니다. 하지만 물리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떠올려 봅시다. 물질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단지 형태를 바꾸거나, 장소를 옮길 뿐입니다.
배수구를 통과한 거품은 하수관을 타고 흘러갑니다. 하수처리장을 거치기도 하고, 때로는 바로 하천으로 흘러들기도 합니다. 결국 그 거품 속 성분들은 강으로, 바다로, 그리고 다시 빗물이 되어 땅으로 돌아옵니다.
우리가 '지웠다'고 생각한 것들은 사실 '이동했을' 뿐입니다.
내 집 싱크대에서 사라진 세제가 우리 동네 하천의 물고기에게 닿고, 그 물고기를 잡아먹은 새의 몸에 쌓이고, 언젠가 다시 우리가 마시는 물에 섞여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순환입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많은 세정 성분들이 이 순환의 고리에서 '이방인'이라는 점입니다.
자연이 분해할 수 없는 화학물질들은 순환의 고리에 끼어들어 정체됩니다. 고인 물이 썩듯이, 흐르지 못하는 물질은 생태계 어딘가에 쌓이고 농축됩니다. 처음에는 티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고여있던 것들이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합니다.
내 집 안만 반짝이고, 집 밖의 강이 병들어간다면 그것은 청소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청소를 한 것이 아니라 '오염의 떠넘기기'를 해온 것인지도 모릅니다.
불편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죄책감을 느끼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 대부분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고, 선택지도 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입니다. 알게 된 이상, 다르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시작은 기본, 끝까지 아름다운 청소
진정한 깨끗함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오랫동안 청소의 '시작'에만 집중해왔습니다. 얼마나 빨리 때가 지워지는지, 얼마나 하얗게 되는지, 얼마나 향기가 좋은지. 세정의 순간, 바로 눈앞의 결과만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숲의 방식을 떠올려봅시다. 숲에서는 '시작'만큼 '끝'이 중요합니다. 아니, 어쩌면 끝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낙엽이 아무리 아름답게 떨어져도, 그것이 분해되지 않고 쌓이기만 한다면 숲은 질식할 것입니다. 숲의 건강함은 모든 것이 결국 다시 흙으로, 물로, 공기로 돌아갈 수 있을 때 유지됩니다.
청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정의 순간은 시작일 뿐입니다. 진짜 질문은 그 다음에 있습니다. 배수구를 떠난 그 성분들이 강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자연의 순환 고리에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방인으로서 떠돌다가 어딘가에 고여 문제를 일으킬까요?
"시작(세정)"뿐만 아니라 "끝(분해)"까지 아름다워야 비로소 깨끗함이 완성됩니다. 어쩌면 새로운 기준입니다. 그리고 이 기준을 받아들이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얼마나 하얗게 되는가?"에서 "얼마나 안전하게 돌아가는가?"로.
"얼마나 강력한가?"에서 "얼마나 순환에 어울리는가?"로.
강력하게 닦아내되, 자연의 순환 고리에 도착했을 때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 제 역할을 다하고 조용히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것. 이것이 숲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완성된 청소'의 정의입니다.
다행히 이런 방식의 청소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사용 후 28일 안에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물과 흙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로 돌아가는 성분들입니다. 낙엽이 흙으로 돌아가듯, 세정 성분도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성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순환의 고리를 해치지 않는 것, 그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깨끗함은 결과가 아니라 여정입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봅니다.
'깨끗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오랫동안 깨끗함을 '상태'로 이해해왔습니다. 얼룩이 없는 상태, 먼지가 없는 상태, 냄새가 없는 상태. 정지된 사진처럼 한 순간을 포착해서 "지금 이 순간 깨끗하다"고 판단해왔습니다.
하지만 자연은 다른 방식으로 깨끗함을 정의합니다. 숲에서, 강에서, 바다에서 깨끗함은 '상태'가 아니라 '흐름'입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 순환하고, 아무것도 고여있지 않으며, 끝이 새로운 시작과 연결될 때 비로소 '깨끗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청소는 더 이상 단순한 '제거' 행위가 아닙니다. 청소는 흐름을 돕는 일입니다. 막힌 것을 뚫어주고, 고인 것을 흘려보내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도구와 성분 역시 그 흐름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눈앞의 깨끗함을 위해 미래를 더럽히는 것은 진정한 청소가 아닙니다. 오늘의 반짝임이 내일의 탁함이 된다면, 우리는 빚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깨끗함은 결과가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여정입니다.
자연은 흘러야 합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막힘없이. 그 흐름 속에서 우리 집도 깨끗해지고, 우리가 속한 세상도 깨끗해집니다. 오늘 당신이 흘려보낸 물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요? 그 물이 흐르고 흘러 다시 당신에게 돌아왔을 때, 당신은 그 물을 마실 수 있을까요?
이 질문 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 청소.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깨끗함입니다.
From Forest, For Future
The Cycle of Nature, Our Conn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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