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은 정말 친환경일까? 오해와 진실

요즘 비건은 단순한 식단을 넘어 하나의 가치관이 되었습니다. 비건이든 아니든,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품어본 적 있을 겁니다. 내 식탁 위의 선택이, 정말로 지구에 도움이 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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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26, 2026
비건은 정말 친환경일까? 오해와 진실
비건 식단을 시작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어."
그 말을 들으며 두 가지 마음이 동시에 들었습니다. '멋지다'는 마음 하나. '나는 아직 부족한 걸까'라는 마음 하나.
요즘 비건은 단순한 식단을 넘어 하나의 가치관이 되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본 선택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비건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대체육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비건이든 아니든,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품어본 적 있을 겁니다.
내 식탁 위의 선택이, 정말로 지구에 도움이 되고 있는 걸까.
혹시 좋은 줄 알고 한 선택이, 다른 어딘가에 부담을 주고 있는 건 아닐까.
완벽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함께 알아볼 수는 있습니다.
 
비건과 환경에 대한 여러 연구들을 따라가며, 그 복잡한 관계를 천천히 살펴보겠습니다.
 
 Midjourney. 비건 vs 논비건.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Midjourney. 비건 vs 논비건.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비건이 환경에 좋은 건, 사실입니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비건 식단이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건 과학적으로 상당히 확실합니다. 누군가의 주장이 아니라, 여러 연구가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결과입니다.
 
가장 널리 인용되는 연구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조셉 푸어(Joseph Poore)와 토마스 네메첵(Thomas Nemecek)이 2018년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논문입니다. 전 세계 119개국, 38,700개 농장의 데이터를 분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식품 시스템 연구였습니다.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축산업과 유제품이 전체 농지의 83%를 사용하면서, 실제로 공급하는 칼로리는 18%, 단백질은 37%에 그쳤습니다. 83%의 땅을 써서 18%의 칼로리를 얻는 구조. 효율의 관점에서 보면 상당한 불균형입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가 식물 기반 식단으로 전환할 경우, 농지 사용을 76%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같은 옥스퍼드대학교에서 2023년에 발표한 후속 연구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번에는 모델링이 아니라, 영국 소비자 55,000명의 실제 식단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비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고기를 많이 먹는 사람(하루 100g 이상)의 약 25% 수준이었고, 토지 사용도 25%, 수질 오염 지표인 부영양화도 27% 수준이었습니다.
 
연구팀의 결론은 이랬습니다. "가장 환경에 많은 영향을 주는 비건 식단조차, 육식보다 환경 친화적이다."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 실린 이 연구는 실제 사람들의 식습관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습니다.
 
2025년에는 스페인 그라나다대학교와 국립연구위원회가 새로운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동일한 칼로리와 영양소를 충족하도록 설계한 네 가지 주간 식단 — 잡식, 페스코(생선 포함 채식), 락토오보 채식, 비건 — 을 비교한 것입니다. 비건 식단은 지중해식 잡식 식단에 비해 탄소 배출 46%, 토지 사용 33%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양 면에서도 비타민 D, 아이오딘, B12를 보충제로 보완하면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역시 2022년 보고서에서 식물 기반 식단으로의 전환을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특정 단체의 캠페인이 아닌, 국제 사회의 과학적 합의에 기반한 권고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답은 간단해 보입니다.
비건이 정답이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Midjourney. 방목된 소들.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Midjourney. 방목된 소들.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모든 비건 선택이 같지는 않다.

 
이 부분은 저희도 조사하면서 의외였습니다. 비건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비건이니까 무조건 괜찮다'고 생각하면, 놓치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보카도와 아몬드의 물 이야기

 
비건 식단의 대표 식재료처럼 여겨지는 아보카도.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뒷면이 있습니다.
 
아보카도 나무 한 그루가 더운 계절에 하루 필요로 하는 물은 약 174리터입니다. 문제는 아보카도가 주로 재배되는 지역이 원래 물이 부족한 곳이라는 점입니다. 멕시코 미초아칸 지역에서는 아보카도 수요가 폭발하면서, 농장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소나무 숲이 불법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이 숲은 토착 동식물의 서식지이자 자연 수원이었습니다.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하는 아보카도 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지역의 물 순환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만성적인 가뭄에 시달리는 이 지역에서 아보카도와 아몬드 농장은 이미 부족한 수자원에 추가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아몬드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아몬드 한 알을 키우는 데 약 4리터의 물이 소비됩니다. 전 세계 아몬드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캘리포니아에서는 먼 강에서 물을 끌어와 농장에 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멸종 위기 연어의 서식지 수위가 낮아지고, 지하수 과다 사용으로 인해 땅이 실제로 꺼지는 싱크홀 현상까지 보고되고 있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의 분석은 흥미로운 시각을 보여줍니다. 축산업이 절대적인 물 사용량은 더 크지만, 대부분 빗물이 충분한 지역에서 이루어집니다. 반면 과일과 견과류는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인위적 관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 부족에 대한 실질적 기여도'로 보면, 특정 비건 식품이 오히려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보카도를 먹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무엇을 먹느냐'만큼 '그 음식이 어디서 왔느냐'도 함께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Midjourney. 농장에 대는 물.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Midjourney. 농장에 대는 물.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푸드 마일리지라는 보이지 않는 거리

 
한겨울에 먹는 수입 아보카도 토스트와, 제철 무로 끓인 된장국.
 
비건인지 아닌지를 떠나, 어느 쪽이 환경에 더 가벼울까요.
 
계절을 무시한 식단은 비건이든 아니든 환경 부담이 됩니다. 슈퍼마켓 진열대를 보면, 우리는 마치 영원한 여름 속에 사는 것 같습니다. 겨울에도 딸기가 있고, 사계절 내내 블루베리가 놓여 있습니다. 그 편리함 뒤에는 지구 반대편에서 출발한 항공편과 냉장 컨테이너의 에너지 소비가 숨어 있습니다.
 
케냐에서 출발한 아보카도, 브라질에서 건너온 콩류, 칠레산 블루베리, 뉴질랜드산 키위. 이 긴 여정이 만들어내는 탄소 발자국은 식단의 종류와 별개의 문제입니다. 식물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한 가지 짚어둘 점이 있습니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식품의 탄소 발자국에서 운송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적으로 약 6% 수준입니다. 대부분의 탄소 배출은 생산 단계에서 발생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먹느냐"가 "어디서 온 것을 먹느냐"보다 환경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항공으로 운송되는 신선 식품의 경우 탄소 배출이 선박의 50배 이상이 될 수 있습니다. 멀리서 온 제철 음식과, 가까이서 온 비제철 음식. 둘 다 나름의 환경 비용이 존재합니다. 어느 하나만 따져서는 전체 그림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Midjourney. 마트에서 열대 과일을 고르는 여자.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Midjourney. 마트에서 열대 과일을 고르는 여자.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가공 대체육이라는 복잡한 방정식

 
콩과 버섯으로 만든 패티가 소고기보다 환경에 나은 건 대체로 맞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나은지는 가공의 정도에 따라 상당히 달라집니다.
 
요즘 주목받는 대체육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그 복잡함을 알 수 있습니다. 대두에서 단백질을 추출하고, 농축하고, 코코넛 오일이나 해바라기유를 더하고, 압출 성형으로 고기의 질감을 만들고, 건조하고 가공합니다.
 
모든 단계에 에너지가 투입됩니다.
 
국립생명공학정보센터(PMC)에 게재된 리뷰 연구에 따르면, 복합 재료로 구성된 일부 대체육의 온실가스 배출이 킬로그램당 3.1~4.0kg CO₂에 달해, 효율적으로 생산된 닭고기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가는 사례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PMC와 연관된 대체단백질 환경영향 관점 논문들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합니다. 대체 단백질의 환경적 이점 자체는 분명하지만, 원재료인 대두·코코넛 오일·카카오 버터 등의 공급망에서 열대림 벌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투명하게 추적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 세계 대두 생산량의 70% 이상이 가축 사료용이라는 점에서, 대체육에 사용되는 대두의 양은 축산업 대비 훨씬 적습니다. 하지만 비건 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공급망에 대한 감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것이 "대체육이 나쁘다"는 결론은 아닙니다.
소고기에 비하면 환경 영향은 여전히 훨씬 낮습니다.
 
다만 "식물성이니까 환경에 영향이 거의 없다"는 전제는, 실제와 거리가 있습니다. 같은 식물성 식품이라도, 가까운 두부공장에서 만든 두부 한 모와, 여러 나라의 원재료를 거쳐 복잡한 공정을 통과한 식물성 패티는 환경 발자국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Midjourney. 대두.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Midjourney. 대두.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그래서, 결론은?

 
여기까지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대체 뭘 먹으라는 건가."
 
스코그링 역시 자료를 정리하면서 같은 고민을 했습니다. 이것도 주의하고 저것도 따져야 한다면, 남는 게 무엇인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것입니다.
 
"비건이냐 아니냐"보다 더 좋은 질문이 있습니다.
 
"이 음식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로 돌아가는가."
 
비건이든 아니든, 이 질문 하나면 충분합니다.
몇 가지 방향을 나누어 보겠습니다.
 

1. 제철과 가까운 것부터

 
겨울에 수입 블루베리 대신, 제철 시금치나 배추를 고르는 것. 여름에 국산 토마토와 오이를 선택하는 것. 가을에는 버섯과 고구마, 봄에는 냉이와 달래. 그것만으로도 식탁 위의 탄소 발자국은 가벼워집니다.
 
계절의 리듬에 맞춰 먹는 것은, 자연의 순환을 따르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기도 합니다. 제철 음식이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것은 이미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Midjourney. 신선한 채소.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Midjourney. 신선한 채소.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2. 가공보다 자연에 가까운 것으로

 
고도로 가공된 대체육보다, 두부, 콩나물, 렌틸콩, 병아리콩 같은 홀푸드 식물성 식품이 환경적으로 더 가볍습니다. 가공 단계가 줄어들수록 에너지 소비도, 공급망의 복잡성도 줄어듭니다.
 
그리고 한국에는 이미 오랜 식물성 식문화가 존재합니다. 된장, 청국장, 두부, 나물 반찬, 잡곡밥, 들깨죽, 콩비지.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사찰음식까지. 비건이라는 이름이 붙기 훨씬 전부터 우리 식탁에 있었던 것들입니다. 먼 나라에서 수입한 슈퍼푸드를 찾지 않아도, 가까운 재래시장에 이미 답이 있을 수 있습니다.
 

3. 비율을 조금씩 바꿔보기

 
완벽한 비건이 되지 않아도 됩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이렇게 말합니다. "비건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식물성 식품의 비율을 조금씩 높여가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매끼 고기를 먹던 사람이 일주일에 두세 끼를 콩 요리로 바꾸는 것. 수입 아몬드 밀크 대신 국산 두유를 선택하는 것. 점심 메뉴를 고를 때 일주일에 한 번 비빔밥이나 된장찌개를 떠올려보는 것. 작은 전환들이 모이면, 탄소 배출과 토지 사용에 유의미한 차이가 생깁니다.
 
실제로 옥스퍼드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고기 섭취를 완전히 끊지 않더라도 하루 50g 이하로 줄이기만 해도 온실가스 배출이 상당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00에서 0으로 가지 않아도 됩니다. 100에서 50으로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중요한 건 방향이지, 속도가 아닙니다.
 
 Midjourney. 건강한 한국식 밥상.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Midjourney. 건강한 한국식 밥상. 2026, www.midjourney.com. AI 생성 이미지.
 

과정을 아는 선택

 
어떤 세제를 쓸지 고민할 때도, 어떤 음식을 고를 때도, 결국 중요한 건 같은 질문입니다.
 
이 선택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돌아가는가.
 
눈에 보이는 결과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과정까지.
 
친환경 식단에 하나의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과정을 아는 선택'이 있을 뿐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건 소수의 완벽한 환경주의자가 아닙니다. 불완전하지만 방향을 아는, 다수의 조용한 시도들입니다.
 
완벽한 비건도, 완벽한 잡식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늘 식탁에서 한 가지, "이건 어디서 왔을까" 살펴보는 것. 그 작은 궁금증이, 이미 변화의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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