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식목일에 어디가지?
산림청은 2026년을 맞아 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농림축산식품부 등 7개 중앙행정기관이 참여하는 '범국민 나무심기 특별팀(TF)'을 공식 발족했습니다. 나무심기가 다시 시대의 언어가 되고 있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식목일, 어디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Mar 25, 2026
2006년, 식목일은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달력의 빨간 숫자가 사라지자, 사람들의 관심도 줄어들었습니다. 출근을 하고, 수업을 들으러 가고, 평범한 하루로 흘려보냈죠. 나무를 심는다는 행위가 일상에서 조금씩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올봄은 조금 다른 신호가 감지됩니다. 산림청은 2026년을 맞아 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농림축산식품부 등 7개 중앙행정기관이 참여하는 '범국민 나무심기 특별팀(TF)'을 공식 발족했습니다.
나무심기 대상을 산림에서 하천·수변구역·역사문화 공간으로까지 넓히고, 민간과 함께하는 범국민 캠페인으로 확장하겠다는 말합니다. 산림청장은 "나무심기는 이제 산림청을 넘어 모든 부처와 국민이 함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나무심기가 다시 시대의 언어가 되고 있다는 건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식목일, 어디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4월 5일, 나무 심기 좋은 날
식목일이 4월 5일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이 날짜는 신라가 삼국통일을 완수한 677년(문무왕 17년) 음력 2월 25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며, 조선 성종이 선농단에서 친경(親耕)을 행한 날이기도 합니다. 역사적 상징성과 계절적 적기(適期)가 겹친 날이죠. 1946년 제1회 식목일 행사가 서울 사직공원에서 처음 열린 이후, 이 날짜는 수십 년간 나무심기의 기준점이 되어왔습니다.
봄 농사 준비가 시작되는 24절기 중 청명(淸明) 무렵, 즉 늦서리가 끝나고 새순이 나오기 직전은 묘목의 뿌리 활착에 가장 유리한 시기입니다. 땅이 풀리고 수분을 머금되, 나무가 아직 에너지를 잎이 아닌 뿌리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때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이 조건이 조금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한국산림과학회에 따르면 봄철 평균기온이 1981년 12.8°C에서 2020년 14.0°C로 약 1.2°C 상승했으며, 이로 인해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지자체들의 나무심기 행사가 3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평균기온이 1°C 오르면 잎이 나오는 시기가 약 7일 앞당겨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산림청은 이를 반영해 3월 21일부터 4월 20일까지 한 달을 '국민 식수기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식목일 당일 만이 아니라, 한 달이 통째로 나무를 심기에 좋은 시기인 셈이죠.

민둥산이 빼곡한 숲이 되기 까지
지금 창밖으로 보이는 산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질겁니다. 하지만 이 풍경이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졌는지 알면 생각이 조금 달라집니다.
1953년, 6·25 전쟁이 끝난 해의 한국 산림은 사실상 황폐지였습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당시 산림 면적의 절반이 헐벗은 민둥산이었고, 헥타르당 임목축적량은 5.7㎥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유엔 보고서가 한국의 산림은 복구될 수 없다고 진단할 정도였습니다. 전쟁으로 파괴된 데다, 오랫동안 땔감을 위한 벌목이 이어진 결과였죠. 조선 후기부터 이어진 온돌 보급과 땔감 수요가 산을 오랜 시간에 걸쳐 비워냈고, 전쟁이 그 마지막을 앞당겼습니다.
그 후 반세기 만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헥타르당 임목축적은 176㎥로, 1953년 대비 33배 증가했습니다. OECD 국가 평균(131㎥/ha)을 훌쩍 넘는 수치입니다. 산림률(국토 면적 대비 산림 면적 비율)은 62.7%로, OECD 국가 중 핀란드·스웨덴·일본에 이어 4위입니다.
세계적 환경학자 레스터 브라운은 저서 《플랜 B》에서 한국의 산림녹화를 "세계적 재조림 모델"로 평가했고,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 잉거 안데르센은 "50년 전 달 표면 같았던 한국의 산이 이토록 푸르게 바뀌었다"고도 말했습니다. 그 결과, 2025년 4월에는 한국의 산림녹화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히 정책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1973년 제1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이 시작된 이후, 전국 3만 4,000개 마을, 사실상 전 국민이 나무심기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15년 동안 200만 ha에 48억 그루의 나무가 심어졌습니다. 학생들은 졸업식에서 묘목을 받아 집 앞에 심었고, 마을 단위로 산을 나눠 맡아 나무를 가꿨습니다. 식목일은 그 참여의 상징이자 리듬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산의 풍경은 당연한 게 아닙니다. 한 세대 전 사람들이 묘목을 들고 경사진 산을 오른 결과입니다.

식목일에 어디가지?
산림청·지자체 공식 행사
매년 식목일 전후, 전국 지자체와 산림청 지방관서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나무심기 행사를 개최합니다. 서울에서는 서울식물원, 망우역사문화공원(중랑구 '나의 나무심기 사업') 등이 대표적인 행사 장소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수원 서호꽃뫼공원,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처럼 지역 거점 공원에서 열리는 행사도 있고, 경기 양평처럼 산림 피해지를 복원하는 현장에서 자작나무 묘목을 직접 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참여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행사는 사전 신청 없이 현장에서 바로 참여할 수 있으며, 장갑과 편한 신발만 준비하면 됩니다. 묘목과 도구는 행사 현장에서 제공됩니다. 다만, 행사 일정과 장소는 매년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산림청 홈페이지와 해당 지자체 공지 채널에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2026년은 정부가 범부처 차원에서 나무심기를 강조하는 해인 만큼, 예년보다 다양한 형태의 행사가 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림청은 별도로 '내 나무 갖기 캠페인'도 운영합니다. 전국 국유림관리소와 자연휴양림에서 유실수·조경수·소나무 등의 묘목을 무료로 배부하는 행사로, 나무를 직접 가져가 집 근처에 심거나 화분에 키울 수 있습니다. 행사 현장 방문 외에 일부 지역은 신청을 통해 묘목을 배송받는 방식도 운영합니다. 신청 방법과 배부 장소·일정은 산림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국립수목원·국립자연휴양림
나무를 심는 것뿐만 아니라, 숲 자체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경기도 포천의 국립수목원은 201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광릉숲 안에 자리합니다. 조선 세조의 능림으로 지정된 이후 500여 년간 보호된 덕분에 오늘날까지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는 원시림에 가까운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하루 방문객을 5,000명(주말·공휴일 3,000명)으로 제한하는 사전예약제로 운영됩니다. 이 곳은 묘목을 직접 심는 프로그램보다는 오래된 숲 생태계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봄철에는 다양한 식물이 일제히 새순을 틔우는 시기인 만큼, 식목일 즈음의 방문이 특히 풍부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단, 방문 전 반드시 예약이 필요합니다.
국립수목원은 방문 외에도 '식물계절관측 프로젝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시민 참여를 받습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주변 식물의 계절 변화를 관찰·기록하면, 기후변화 연구에 실제로 활용되는 시민과학(Citizen Science) 데이터가 됩니다. 벚꽃이 해마다 더 빨리 피는 것을 관찰하는 것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입니다. 어딘가를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동네 공원이나 집 근처 가로수를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전국 160여 개소의 국립자연휴양림은 식목일 전후 나무 나눔 행사를 병행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방문하는 김에 묘목을 받아가는 방식으로, 나들이겸 묘목 나눔행사에 참여해보세요.

민간 단체와 함께하는 나무심기
사단법인 생명의숲은 도시숲 조성과 시민 참여형 나무심기를 오랫동안 이어온 단체입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반 시민이 함께할 수 있는 숲 조성 활동을 꾸준히 열고 있습니다.
중랑구에서 진행되는 '나의 나무심기 사업'처럼, 내가 기부한 나무를 내 손으로 직접 심는 방식은 나무와의 연결감을 다르게 만듭니다. 어떤 나무를, 어느 땅에 심었는지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그 나무와의 관계가 달라집니다. 심고 나면 그 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고, 다음 봄에 다시 찾아가 볼 수도 있습니다.
관련 행사는 생명의숲 홈페이지에서 일정과 참여 방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무를 심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나무를 심는 행위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몇 가지를 미리 알아두면 나무가 더 잘 뿌리내립니다.
묘목을 다루는 법
묘목은 뿌리가 마르기 전에 빠르게 심어야 합니다. 행사에 참여하거나 묘목을 받아 이동할 때, 뿌리를 젖은 신문지나 천으로 감싸 수분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차 트렁크에 오래 두거나 뙤약볕에 방치하면 심기도 전에 활착력이 떨어집니다.
심는 방법
나무를 심을 때는 뿌리가 편안하게 펼쳐질 만큼 충분히 구덩이를 파야 합니다. 뿌리를 억지로 구겨 넣으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합니다. 흙을 덮은 뒤에는 단단히 눌러 뿌리 주변에 공기층이 생기지 않도록 합니다. 뿌리 바로 위보다 구덩이 가장자리 쪽을 더 세게 눌러주는 것이 요령입니다. 심고 나서 물을 한 번 충분히 주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지역과 시기
남부 지방은 3월 중순, 중부 지방은 4월 초가 일반적인 적기이며, 이미 잎이 나온 뒤에는 활착률이 떨어집니다. 식목일 당일에 집착하기보다, 지역의 기후와 나무의 상태에 맞춰 심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산림청이 지정한 '국민 식수기간'(3월 21일~4월 20일) 안에서 각자의 일정에 맞게 선택하면 됩니다.
어떤 나무를 심을까
나무 종류는 심을 장소의 토양과 햇빛 조건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그늘이 많은 곳에 햇빛을 좋아하는 수종을 심으면 제대로 자라지 않습니다. 산림청이 제공하는 '맞춤형 산림지도' 서비스를 활용하면 지역별 적합 수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행사에서 나눠주는 묘목은 대개 해당 지역 환경에 맞게 선정된 것이므로, 별도로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디에 심든, 심는다는 것
공원 행사에서 묘목 하나를 받아 집 마당 한켠에 심든, 산림청 행사에 참가해 경사면에 나무 열 그루를 심든, 방식보다 중요한 것은 그 행위 자체입니다.
오늘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산의 풍경도, 누군가의 손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1973년 민둥산을 오르며 묘목을 심던 사람들이 그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나무는 그런 속도로 자랍니다. 천천히. 심는 사람이 다 볼 수 없는 그 시간 위에서. 그럼에도 사람들은 심었고, 그 결과가 지금 우리 앞에 있습니다.
나무는 한번 뿌리를 내리면 스스로 자랍니다. 매년 같은 자리에서 봄이 오면 새순을 틔우고, 가을이면 잎을 내려 땅을 덮습니다. 이번 식목일에 내가 심은 나무도 그렇게 될 겁니다. 특별히 돌보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계속.
From Forest, For Future
The Cycle of Nature, Our Conn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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