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근데 겨울은 왜 더 추워질까?

여름에는 "역대 최고 기온", "기록적인 폭염"이라는 헤드라인이 쏟아지고, 겨울이 되면 "한파 특보", "체감온도 영하 20도"라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 중이라면서, 왜 겨울은 이렇게 추운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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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9, 2026
지구온난화.. 근데 겨울은 왜 더 추워질까?
뉴스를 보면 혼란스럽습니다.
여름에는 "역대 최고 기온", "기록적인 폭염"이라는 헤드라인이 쏟아지고, 겨울이 되면 "한파 특보", "체감온도 영하 20도"라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 중이라면서,
왜 겨울은 이렇게 추운 걸까요?
2021년, 미국 텍사스에 큰 한파가 들이닥쳤었습니다. 연평균 기온이 20도에 달하는 따뜻한 지역에 영하 18도의 강추위가 찾아왔습니다. 470만 가구가 전기와 난방을 잃었고,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같은 시기,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한파와 폭설이 반복되면서 "지구온난화라더니, 뭐가 진짜야?"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을 겁니다.
이 의문은 이상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합리적인 질문이에요.
그리고 그 답은, 의외로 북극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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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이 보내는 신호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구 전체가 균일하게 따뜻해지는 건 아닙니다. 어떤 곳은 조금만 올라가고, 어떤 곳은 훨씬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죠.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변하고 있는 곳이 바로 북극입니다.
 
2022년 국제 학술지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21년까지 북극의 온난화 속도는 전 지구 평균의 약 3.8배에 달했습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북극은 전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르게 따뜻해지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빠른 속도였던 겁니다.
 
이 연구 결과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북극이 빠르게 따뜻해지면, 북극과 중위도(우리가 사는 지역) 사이의 온도 차이가 줄어듭니다. 이 온도 차이가 바로 '제트기류'를 움직이는 힘입니다.
 
제트기류는 지구 대기권 상층부, 약 10~12킬로미터 높이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강한 바람입니다. 이 바람은 단순한 바람이 아닙니다. 북극의 차가운 공기를 가두는 일종의 '울타리' 역할을 합니다. 제트기류가 강하고 안정적일 때, 북극의 찬 공기는 북극에 머무릅니다. 우리는 그 덕분에 겨울에도 예측 가능한 추위를 경험하죠.
 
그런데 북극이 빠르게 따뜻해지면서,
이 울타리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MIT 기후 포털의 설명에 따르면, 북극과 중위도의 온도 차이가 줄어들수록 제트기류는 느려지고 힘을 잃습니다. 느려진 제트기류는 직선으로 흐르지 못하고 남북으로 크게 구불거리기 시작하죠. 마치 빠르게 흐르던 물줄기가 속도를 잃으면 이리저리 휘어지는 것처럼.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깊이 내려오면, 북극의 차가운 공기도 함께 남하합니다. 그 결과, 멕시코 국경 근처까지 북극 수준의 한파가 밀려올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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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이가 흔들릴 때

 
제트기류보다 더 높은 곳, 지표면에서 약 15~50킬로미터 높이의 성층권에는 '극 소용돌이(Polar Vortex)'라는 것이 있습니다.
 
극 소용돌이는 북극을 중심으로 빙글빙글 도는 거대한 찬 공기의 소용돌이입니다. 겨울에만 나타나고, 평소에는 북극 상공에 안정적으로 머물러 있습니다. 이 소용돌이가 강하고 안정적일 때, 아래쪽의 제트기류도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팽이를 떠올려 볼까요? 팽이가 빠르게, 안정적으로 돌 때는 제자리를 지킵니다. 하지만 속도가 느려지거나 무언가에 부딪히면 중심을 잃고 흔들리다가 옆으로 쓰러집니다.
 
극 소용돌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럿거스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극 소용돌이의 교란이 더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지구가 균일하게 따뜻해지지 않고 북극에서 훨씬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극 소용돌이와 제트기류의 강도가 약해지고 교란되기 쉬워졌다는 것.
 
2021년 과학 저널 Science에 발표된 NOAA(미국 해양대기청) 지원 연구는 더 구체적인 연결고리를 밝혔습니다. 극 소용돌이가 '늘어나는(stretching)' 현상이 북극 온난화와 함께 증가했고, 이것이 아시아와 북미 지역의 극한 한파와 연결된다는 겁니다. 2021년 텍사스 대한파 직전에도 이런 극 소용돌이의 늘어남 현상이 관측되었습니다.
 
이를 두고 MIT 기후 포털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극 소용돌이가 교란되면 북극에서 떨어져 나오거나 두세 개로 분열할 수 있고, 이런 왜곡은 아래쪽 제트기류를 약화시킨다고.
 
결국, 북극이 따뜻해지면
→ 극 소용돌이가 약해지고
→ 제트기류가 흔들리고
→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쏟아져 내려옵니다.
 
지구가 따뜻해지는데 겨울이 더 추워지는 역설은, 사실 역설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인과관계였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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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도는 줄고, 강도는 유지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겨울은 계속 추워지기만 할까요?
 
흥미로운 건, 전체적인 한파의 빈도는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4년 The Conversation에 게재된 매사추세츠 대학교 로웰 캠퍼스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유럽, 북동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심각한 한파 사건의 수는 분명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건 지구온난화에서 예상되는 바와 일치합니다. 전체적으로 지구가 따뜻해지니, 극심한 추위가 찾아오는 횟수도 줄어드는 거죠.
 
하지만 연구진은 중요한 단서를 덧붙였습니다. 한파의 강도는 북극 발원지역의 급속한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상응하게 감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쉽게 말하면, 한파가 덜 자주 오지만, 올 때는 여전히 강하게 온다는 뜻입니다.
 
2026년 1월 The Conversation에 게재된 또 다른 연구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심각한 한파의 ‘빈도’는 줄어들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매우 강한 한파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평균적으로 겨울이 따뜻해지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기온 변동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기상청도 최근 몇 년간 겨울철 기온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죠. 따뜻한 날과 추운 날이 급격하게 오가는 현상, 이른바 '롤러코스터 날씨'가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 어쩌면 이게 기후변화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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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북극의 얼음이 녹는다는 뉴스를 들을 때, 그건 머나먼 곳의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북극곰이 살 곳을 잃는다는 건 안타깝지만, 당장 내 삶과는 무관해 보입니다.
 
하지만 방금 살펴본 것처럼, 북극의 변화는 우리 집 창밖의 날씨를 바꿉니다.
 
북극이 따뜻해지면, 서울에 한파가 옵니다. 시베리아의 해빙이 줄어들면, 텍사스의 전력망이 붕괴합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우리의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숲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됩니다.
 
숲에서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낙엽 한 장이 땅에 떨어져 썩으면 영양분이 되고, 그 영양분은 나무의 뿌리로 흡수됩니다. 나무가 자라면 산소를 내뿜고, 그 산소는 동물들이 숨 쉬는 공기가 됩니다. 하나의 요소가 바뀌면 전체 시스템이 영향을 받는 구조.
 
지구의 기후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북극의 온도, 성층권의 소용돌이, 대기의 흐름, 우리 동네의 날씨.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거대한 순환 고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디선가 균형이 깨지면, 그 영향은 예상치 못한 곳까지 퍼져나갑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작은 선택들도 어딘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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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선택들이 모여

 
거창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당장 탄소 발자국을 줄여야 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이런 말은 사실이지만, 개인의 일상에서 실천하기엔 막막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이렇게 접근, 실천해 볼 수 있겠습니다.
 
실내 온도를 1도만 낮춰도, 난방에 쓰이는 에너지가 줄어듭니다. 쓰지 않는 전자기기의 플러그를 뽑아두면, 대기전력이 절약됩니다. 오래된 단열재를 교체하면, 같은 온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줄어들어요.
 
이런 선택 하나하나가 당장 북극의 빙하를 되살리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100명의 불완전한 실천이, 1명의 완벽한 환경주의자보다 더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건 소수의 완벽한 사람들이 아니라, 다수의 작은 시도들이니까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일회용품을 완전히 끊지 못해도, 가끔 배달음식을 시켜 먹어도, 플라스틱을 아예 안 쓸 순 없어도 지금 이 글을 읽으며 "왜 겨울이 더 추워질까?"라고 궁금해했던 당신은, 이미 관심을 가진 사람입니다.
 
관심을 가지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달라지는 것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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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세계에서

 
"지구온난화라면서 왜 겨울이 추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다 보니, 북극의 빙하와 성층권의 소용돌이, 대기의 흐름과 우리 동네의 날씨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모순처럼 보이는 것들 속에서 연결고리를 찾는 것. 어쩌면 그게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첫걸음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창밖에 부는 찬바람이, 멀리 북극에서 시작된 변화의 일부라면, 우리의 작은 선택들도 어딘가에 닿아 있을 게 분명합니다.
 

 
From Forest, For Future
The Cycle of Nature, Our Conn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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