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야호’하면 안 되는 이유
최근 국립공원 탐방 에티켓 안내에서, 그리고 등산 교육 현장에서 산정상에서 소리를 지르는 행위를 조심스럽게 자제하도록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타인에게 불편을 준다는 이유만은 아닙니다. 이유를 알고 나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Mar 23, 2026
산 정상에 서는 순간, 발끝부터 올라오는 그 벅참. 자연스럽게 ‘야호’하는 소리가 터져나옵니다. 힘겹게 오른 길 위에서 터져 나오는, 스스로에게 보내는 환호.
하만 최근 국립공원 탐방 에티켓 안내에서, 그리고 등산 교육 현장에서 이 행위를 조심스럽게 자제하도록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타인에게 불편을 준다는 이유만은 아닙니다. 이유를 알고 나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숲에는 정교한 소리의 체계가 있습니다
숲을 걷다 보면 '조용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바람이 없는 날, 사람도 없는 길, 그 고요함이 숲의 본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귀에 들리지 않을 뿐입니다. 사실, 숲은 쉬지 않고 말하고 있습니다.
음향생태학에서는 특정 공간의 소리 전체를 하나의 생태적 언어로 이해하는 개념을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라고 부릅니다. 1970년대 캐나다의 음향생태학자 머레이 쉐퍼(R. Murray Schafer)가 제안한 이 개념은 이후 생태학, 생물다양성 연구, 국립공원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어떤 공간의 소리를 분석하면, 그 공간의 생태적 건강 상태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
숲의 소리는 크게 세 층위로 구성됩니다. 새·곤충·개구리 같은 생물이 내는 생물음(biophony), 바람·빗소리·물소리처럼 자연 현상에서 비롯된 지구음(geophony), 그리고 인간 활동에서 발생하는 인공음(anthropophony)입니다. 건강한 숲일수록 이 세 층위가 균형을 이루며, 특히 생물음이 풍부하고 다양합니다.

미국의 자연보전단체 The Nature Conservancy가 파푸아뉴기니 열대우림에서 수행한 음향 조사는 이 점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훼손되지 않은 숲의 소리는 다양한 주파수 대역을 촘촘하게 채우고 있는 반면, 생태적으로 훼손된 숲에서는 소리의 전체적인 양보다 주파수의 다양성이 현저히 낮아지는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소리의 다양성이 생물다양성의 거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숲이 건강할수록, 그 숲의 소리는 더 넓은 스펙트럼을 가득 채웁니다.
각 생물은 다른 종과 겹치지 않는 자신만의 음향 틈새(acoustic niche)를 점유하며 의사소통합니다. 이른 새벽에 우는 새와 한낮에 우는 새가 다르고, 낮은 음역대를 쓰는 종과 높은 음역대를 쓰는 종이 나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새는 소리를 통해 영역을 선언하고, 짝을 유인하며, 포식자의 접근을 경고합니다. 이 세 가지는 생존과 번식에 직결된 행위입니다. 그리고 세 가지 모두, 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어야만 작동합니다.
숲의 소리는 배경음이 아닙니다. 생태계가 매 순간 주고받는 신호의 총합인 셈이었습니다.

인간의 목소리가 숲에 닿을 때
사람의 목소리 하나가 숲에 울려 퍼질 때, 그 파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멀리, 그리고 넓게 퍼집니다. 산에서의 외침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지형이 소리를 반사하고 증폭시키며, 바람을 타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달되기도 합니다.
미국 산림청 록키마운틴 연구소(USDA Forest Service Rocky Mountain Research Station)의 생태학자 마크 딧머(Mark Ditmer)와 케시 젤러(Kathy Zeller)는 2024년 발표한 연구에서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야생 포유류가 다니는 길목에 스피커를 설치하고, 하이킹객·산악자전거·OHV(오프로드 차량) 등 다양한 레저 활동의 소리를 재생했습니다. 그 결과 엘크·흑곰·퓨마·늑대·노새사슴 등 포유류가 자연 소리보다 인간 활동 소리에 훨씬 높은 확률로 도주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이 있습니다. 동물의 반응 강도를 결정한 것은 오토바이나 자전거 같은 이동 수단의 종류가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시끄럽게 말하는지", 즉 사람의 발화 크기와 빈도가 가장 큰 영향 요인이었습니다. 조용히 걷는 등산객보다, 큰 소리로 대화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산객이 훨씬 넓은 범위에서 동물을 밀어냈습니다.

미국 국립공원 서비스(NPS)와 공동으로 진행된 또 다른 연구는 더 광범위한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미국 전역 40개 국립공원 단위의 103개 지점을 8일간 모니터링한 이 조사에서, 인간의 목소리가 포착된 시간대에 새소리의 감지율이 유의미하게 낮아졌습니다(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 2023). 새들이 조용해지거나 자리를 피한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소리가 덮이는 것이 아니라, 새들 스스로 그 공간에서 발화를 멈추거나 이동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해석이었습니다.
국내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서울시립대 연구팀이 무등산국립공원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2022)에서는 탐방객이 집중되는 구간의 음환경이 생태적으로 훼손되어 있으며, 자연의 소리 자원이 뚜렷하게 감소하는 양상이 확인되었습니다.
연구팀은 국내 국립공원 대부분이 도로·시가지와 인접해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고, 특히 국립공원 고지대에 위치한 군부대나 통신시설 등으로 인해 음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무엇보다 음환경 관리와 보존에 대한 사회적 관심 자체가 아직 미흡하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2년 프론티어 보고서에서 소음공해를 기후변화·산불과 함께 생태계를 위협하는 3대 요인 중 하나로 공식 지목했습니다. 보고서는 소음이 조류·곤충·양서류 등 다양한 종의 의사소통과 행동 패턴을 바꾸고 있다고 명시하며, 특히 레저 활동에서 발생하는 소음의 영향을 별도 항목으로 다루었습니다.
즉, 산이나 숲을 찾는 행위 자체가 가진 생태적 부담을 직시해야 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새들은 이미 적응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소음이 지속되자, 일부 생물들은 스스로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Journal of Applied Ecology(2021)에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는 전 세계 야생동물 연구들을 종합해 하나의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인공 소음에 만성적으로 노출된 새들이 더 높은 주파수로 울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낮은 주파수의 소리가 인간이 만들어내는 소음에 의해 묻히기 때문에, 그나마 들릴 수 있는 주파수 대역으로 신호를 이동시킨 결과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적응'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가용한 능력의 한계까지 밀어붙인 결과입니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없는 종들은 적응하지 못합니다. 그 종들은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나거나, 번식에 실패합니다.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장기 연구에 따르면, 도시 소음에 노출된 박새(great tit)는 울음 레퍼토리 중 소음과 덜 겹치는 일부만을 선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행동 변화가 아닙니다. 짝짓기 신호의 다양성이 줄어든다는 것은, 짝 선택의 질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숲 안의 연결망은 생각보다 훨씬 섬세합니다. 일부 다람쥐류와 미어캣은 새소리를 '안전 신호'로 활용한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져 있습니다. 새가 활발히 울고 있다면 주변이 안전하다는 뜻이고, 새가 갑자기 조용해지면 숲 전체가 긴장 상태로 전환됩니다.
한 종의 소리가 멈추는 것이 연쇄적으로 다른 종들의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소리는 이처럼 생태계 내부의 통신망으로 기능합니다. 인간의 큰 소리가 그 통신을 끊을 때, 끊어지는 것은 소리만이 아닙니다.
소음 공해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청각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교 연구팀은 천연가스 채굴 현장 주변의 식물을 조사하면서, 만성적 소음에 노출된 지역에서 씨앗 산포에 관여하는 동물의 행동 패턴이 바뀌고, 이것이 식물 군집의 구성에까지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했습니다.
소리가 교란되면 먹이 활동이 바뀌고, 먹이 활동이 바뀌면 씨앗이 퍼지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숲의 구조 자체가 서서히 변할 수 있다는 의미죠.

산, 어떻게 오를까
캘리포니아 뮤어우즈 국립공원(Muir Woods National Monument)에서 진행된 연구(Levenhagen et al., 2021)는 흥미로운 실험 하나를 기록했습니다. 탐방객에게 조용히 걸어달라는 내용의 안내 표지판을 구간별로 교대 설치하면서, 그 시간대의 조류 관찰 빈도와 탐방객 만족도를 동시에 측정한 것입니다.
결과는 두 방향 모두에서 긍정적이었습니다. 조용한 시간대에 더 많은 새가 관찰되었고, 그 시간에 탐방한 방문객들이 더 높은 만족도를 보고했습니다. 조용히 걷는 것이 숲을 위한 일방적인 양보가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게 해주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자연과의 거리를 줄이려는 행동이 오히려 자연과의 접촉을 늘려주었습니다.
실천은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정상에 올랐을 때, 바로 소리를 내기 전에 잠깐 멈추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입니다. 30초, 혹은 1분. 그 짧은 침묵 속에서 들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바람이 나뭇잎을 훑고 지나가는 소리, 어딘가에서 우는 새소리, 아래쪽 계곡에서 올라오는 물소리. 도시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운, 그 정상에서만 들을 수 있는 숲의 언어입니다.

일행과의 대화는 낮은 목소리로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블루투스 스피커는 숲에 들어오기 전에 끄는 것을 권합니다. 음악은 숲의 소리를 덮어버립니다. 그 아래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고 있는지를 우리는 듣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듣지 못하는 동안, 그 대화를 필요로 하는 생물들도 마찬가지로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탐방이 잦은 구간, 특히 정상 직전의 능선이나 조망이 트이는 지점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흥분하고 목소리를 높이기 쉬운 곳입니다. 동시에, 그 지점이 야생동물 이동 경로와 겹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오르내리는 탐방객의 소리가 하루 내내 그 구간에 누적된다면, 그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들은 사실상 하루 종일 도주 반응과 경계 상태를 반복하고 있는 셈입니다.
산에 오르는 이유는 저마다 다릅니다. 그 벅참을 표현하는 방법도 하나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서 잠시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들리는 것들이 있다는 것. 그것을 알게 된 이후로, 정상에서의 침묵이 포기가 아니라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세요.
From Forest, For Future
The Cycle of Nature, Our Conn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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